[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환경부가 2차 기간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 591곳 중 물량이 부족한 10여개 기업만 불러 물량 관련 정보를 흘리면서 '탄소배출권' 시장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가격 급등과 실거래가 없는 '사실상 거래중단'에 내몰린 탄소배출권 시장에 밀실행정으로 불투명성까지 더했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와 발전소 등 탄소배출권 참여기업은 최근 장내거래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환경부가 발전소와 철강사, 민간발전소, 석유화학사, 시멘트사 등 10여개 탄소배출권 참여기업을 모아놓고 오는 3월께 시장안정화물량(MSR)을 풀어 가격 상승을 억제할 것이란 점을 귀뜸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2019년도 배출량의 검·인증이 완료되는 오는 3월 이후와 배출권을 제출해야 하는 6월 사이에 거래가 활성화 돼 이 시기에 물량과 가격 등을 고려하며 움직이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100만톤 이상 규모의 물량이 필요한 업체는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현대제철, 현대그린파워 등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2차 기간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은 591곳인데 물량이 부족한 10여개 기업만 모아 이같은 정보를 알리는 등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는 감축 활동 등 노력을 한 잉여업체에게는 물량을 내놓으라고 하는 반면 물량이 부족하다고 아우성대는 기업들은 따로 불러 물량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등 불공평하게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정부라는 기관이 왜 뒤에 숨어서 행정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불투명한 정부의 행정이 시장 유동성 혼란을 더욱 야기시킬 것이란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기준 탄소배출권 가격은 3만905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2% 급증했다. 물량마저 넉넉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며 실거래는 멈춘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일 평균 매수잔량은 5만톤으로 실거래량(5000톤)의 10배를 기록했다.
일본 1위 철강사 일본제철이 적자 4조원을 기록하는 등 업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어닝쇼크'의 실적을 기록한 국내 철강사들에게 불안정한 탄소배출권 시장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200만톤의 배출권이 부족했던 A철강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1886억원의 배출부채가 발생했다.
환경부가 올해 물량과 가격 등을 투명하게 조정해 내년 탄소배출권 시장의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3차 계획기간(2021~2024년) 산업부문 감축률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맞춰 2차 계획기간 대비 4%포인트 이상 강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는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3%에서 2021년 이후 10%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파생상품도 도입된다. 정부는 제3자(금융투자회사 및 개인투자자) 시장참여를 먼저 허용한 후 탄소배출권 파생상품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시장에 국민연금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불안정한 시장 때문에 쉽게 껴들지 못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태선 NAMU EnR 대표는 "물량 규모와 가격대를 비롯해 언제 물량이 풀리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한다"며 "그래야 기업들이 이에 맞춰 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을 받는 발전소와 나머지 기업들은 이미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물량을 계속 움켜쥐고 있거나 밀실행정을 지속한다면 결국 '상장폐지'급 시장으로 치닫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장 정보 공유 차원에서 물량 부족 업체 중심으로 회의를 열었다"며 "3월 말 기업들의 탄소배출 명세서 제출이 완료되면 매도물량이 생길 것이라고 얘기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의 2019년도 배출량이 확정되면 잉여 업체들에게 이월제한물량을 매도하라고 할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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