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2인 이상의 대표가 분야를 나눠 회사를 대표하는 ‘각자대표’ 체제가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어 그 이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하는 카카오페이증권이 각자대표 체제로 출발하는 가운데 교보증권도 2인의 대표를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 불확실성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묘수’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 각자대표 체제로의 전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교보증권은 지난 5일 박봉권 전 교보생명 부사장을 사장으로 새롭게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함께 나온 공시에서 박 사장은 경영지원 및 자산관리(WM) 부문을 진두지휘한다고 발표됐다.

   
▲ 사진=연합뉴스


이날 공시와 함께 관심을 받은 것은 기존 김해준 대표의 거취다. 김 사장의 연임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연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즉, 교보증권이 2명의 대표이사 체제로 개편되는 것이다.

김해준 대표는 향후 박봉권 사장이 맡고 있는 경영지원과 WM 분야를 제외한 투자은행(IB)부문, 구조화투자금융부문 등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각자 분야를 나눠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되는 개편안이다.

최근 들어 업계 최고의 화제를 만들고 있는 카카오페이증권도 각자대표 체제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 카카오페이증권 측은 전체 경영 총괄 및 신설된 리테일 사업부문은 새로 선임된 김대홍 대표가 맡고 기업금융 사업부문은 윤기정 대표가 연임한다고 최근 밝혔다.

김대홍 대표는 과거 미래에셋증권에서 온라인 증권사 업계 1위를 달성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페이증권에서도 새로운 혁신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증권사로는 미래에셋대우, KB증권, 신영증권 등이 있다. 이들은 올해에도 각자대표 체제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부회장 체제가 지난 2016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최 부회장은 경영혁신·글로벌·디지털 분야를 맡고 조 부회장은 IB·트레이딩·홀세일 등을 담당한 모습이다. 

각자대표 체제 하에서 미래에셋대우는 기록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95% 증가한 7272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43.66% 증가한 6637억원을 공시했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에 따라 최 부회장과 조 부회장의 임기가 내달 종료됨에도 두 사람이 연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KB증권은 현대증권과 합병한 지난 2017년부터 전병조 대표와 윤경은 대표 체제를 운영했다. 작년부터는 박정림 사장과 김성현 사장이 각각 WM과 IB 분야를 나눠 담당하고 있다. 신영증권의 경우 2017년부터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해 기존 원종석 대표가 그룹 내 중장기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신요환 사장이 증권업 분야를 담당하는 모습이다.

업계 전반적으로 봤을 때 각자대표 체제에서 단독대표로 전환하는 사례보다는 오히려 각자대표 체제를 택하는 회사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많은 회사들이 각자대표 체제의 장점을 더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공동대표와는 다른 각자대표 체제만의 강점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많다. 두 명의 사장이 합의를 해야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공동대표 체제와 달리 각자대표 체제 하에서는 각자 맡은 영역에 대해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이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 증시와 당국의 규제 강화 등 최근 증권업계는 많은 불확실성에 노출된 상태”라고 전제하면서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잦은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각자대표 체제의 장점이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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