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신한‧KB‧우리‧하나)이 지난 한 해 11조원대의 사상최대 실적을 거둬들였다. 저성장‧저금리 기조에도 이 같은 성장을 견인한 데는 성공적인 인수합병(M&A) 등 비은행 부문이 선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금융그룹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환경이 전보다 더 어려울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 정책 등으로 은행 부문의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내수 경제 위축 등은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투자은행(IB) 등 비은행 부문에서 금융그룹 간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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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금융그룹 본사 전경(왼쪽부터 신한·하나·KB·우리금융그룹)./사진제공=각 사 |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이 지난 한 해 거둬들인 순이익은 전년보다 4.8% 증가한 11조2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순이익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던 지난 2018년(10조4850억원) 보다 5.2% 늘어난 규모다.
신한금융은 지난 3조4035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2년 연속 3조원대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KB금융은 신한금융의 뒤를 바짝 쫓아 3조311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나‧우리금융도 각각 2조4048억원, 1조904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는 저금리‧저성장 등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컸던 한 해로 그룹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오던 은행부문 이익이 크게 축소됐다. 그럼에도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등 비은행 부문의 성장이 실적 개선에 구심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금융은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아시아신탁 등 비은행 부문의 성장이 리딩뱅크 수성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KB금융은 초대형 IB 대열에 KB증권이 합류하면서 그룹 성장에 한몫을 했다. 하나‧우리금융 역시 글로벌 부문의 경쟁력을 높여 은행부문의 수익성 감소분을 상쇄했다.
하지만 올해는 더욱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란 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동된 의견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저금리의 영향으로 은행의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하다.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규제도 은행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여기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내수경기 위축이 낳을 파장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각 금융그룹은 그동안 은행이자에 기대왔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고점을 찍은 실적이 올해부터는 점차 꺾일 전망이다”며 “그동안 그룹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던 은행부문에서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됨에 따라 IB 및 글로벌 등 비은행 부문에서 수익기반을 다지는데 고심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