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웨덴 안보정책연 한국센터장 “스톡홀름회담 때 조건 내걸어”
“북, 미국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면 상호 군축 요구 거셀 듯”
"북 개별관광 좋지만 지금은 EU와 대북 인도적 지원 공조할 시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해 10월 북한과 미국이 마지막으로 마주앉았던 스톡홀름 북미회담에서 북한이 한미합동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고, 이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2월 북미는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도중에 회담이 중단되면서 ‘노딜’을 기록했다. 이후 8개월만에 북미가 스웨덴의 중재로 실무회담을 열었지만 북한은 한미훈련 중지를 기본 조건으로 내세웠고, 미국이 이에 대한 대답을 미루면서 지금까지 교착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수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 한국센터장은 11일 미디어펜과 만나 “북한은 다시 협상을 시작하면서 미국에 ‘한미훈련 중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며 “당시 회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지만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답을 미루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또 “당시 북한이 보인 태도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전략을 바꾼 것을 의미한다”며 “동시에 미국이 한미훈련 중지를 수용한다면 이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신뢰의 기준으로 삼으려고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상수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 한국센터장./미디어펜
실제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하노이회담 이후인 4월 ‘새로운 길’을 천명하고 미국에 셈법 변화를 요구해왔다. 특히 북한은 하노이회담 때 거부당했던 ‘제재 해제’ 대신 ‘체제안전 보장’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이상수 센터장은 “실제로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조건은 변했다. 제재 해제에 안보 문제를 더했다”며 “북한이 이미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제재 문제는 들어가고 안보 문제를 내세웠다. 북한의 말 그대로 다음 북미 간 협상이 시작된다면 상호 ‘군축’이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생략되고 대신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한 것에 대해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분석자료를 내고 "북한은 향후 전략도발 및 대미협상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것으로 평가되지만 비핵화 협상보다는 핵군축 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 센터장은 “북한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한마디로 북한이 동북아에 있어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제어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북한의 군축협상안은 받아들여지기 힘들 뿐 아니라 오히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와 동북아에 군사력을 증강시켜 나갈 전략을 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런 구도가 펼쳐진다면 앞으로 북미 대화나 비핵화 협상과 같은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많은 고비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문재인정부가 그리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같은 남북협력의 앞날도 불투명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역점 사업으로 북한 개별관광을 포함한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개별관광의 경우 대북제재에 해당되지 않고 세계 각국이 하고 있는 것이므로 한국 국민도 당연히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미국은 비핵화 협상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겹치면서 북한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상수 센터장은 “정부의 의지와 구상은 좋았지만 나중에 비핵화 협상의 기회가 다시 왔을 때 한국의 레버리지로 사용해 제안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센터장은 “지금 북한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필요 없게 됐다. 한국정부의 개입에 따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없는 한 한국정부의 지원에도 관심이 없어졌고, 그러니 한국이 개별관광을 한다 하더라고 북한은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대신 “최근 유럽연합(EU)의 대북정책이 인도적 지원을 폭넓게 재개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북한이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이 없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히면서 한국정부의 공조를 제안했다.

그는 “EU도 양자 대북제재를 진행 중이지만 제재의 장기화 속에서 북한이 더 이상 도발만 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북한의 여성과 아동 중심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스웨덴 적십자사를 비롯해 EU 각국의 인도주의적 지원단체가 북한의 부녀자들과 아동에 대한 지원에 목소리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엔에서도 비슷한 시그널이 나오고 있고, 한국이 EU와의 공조를 통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고려하면 효과를 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특히 EU가 북한과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한국의 참여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개발협력사업이란 북한에 쌀과 비료를 지원하는 것 이상으로 농업 노하우를 알려주고 훈련을 돕는 것이다. 현재 EU의 개발협력사업은 농업뿐 아니라 환경, 위생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 EU가 갖고 있는 3원칙은 ‘비핵화-비확산’ ‘인권’ ‘인도적 지원’이며 이런 원칙 가운데 항상 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28개국이 모인 EU의 역할도 각각 나눠져 있으며, 스웨덴의 경우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 대화를 강조하는 스웨덴이 지금 북미 간 교착 국면 속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대북 인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지난 북미 간 비핵화협상의 과정을 감안할 때 지금은 가능한 선에서 북한을 지원할 때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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