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만 부추겨 고용시장 유연성 악화...기업·취약계층엔 되레 독

   
▲ 이동응 경총 전무
‘고용형태공시제’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매년 게시토록 하고 이를 일반에 공개하는 제도다. 기업 자율적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한다는 취지에 따라 지난 2013년에 도입해서 올해 7월 첫 시행 결과를 공개하였다.

공개 이후 기업 특성상 협력업체나 기간제 근로자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 이유를 불문하고 비난을 받는 등 제도 본연의 목적과는 다른 방향의 전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용형태 공시제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으며 현재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시행 중이다. 이는 여론을 이용해 기업 경영을 압박한다는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이 상당히 많은 정책이다. 기본적으로 ‘정규직 직접 고용만이 善’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정규직 고용보호나 임금이 세계 최고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노동시장에 상당한 부작용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고용형태의 대외 공개는 기업의 유연한 인력활용을 위축시켜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고용 규모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는 주로 여성·고령자 등 취약 근로계층에서 나타날 수 있어 남성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을 더욱 고착화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노동절약적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 고용형태가 다양화 되어야 한다.

또한, 현행 제도는 고용구조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용역, 도급 등 ‘계약형태’까지 함께 공시토록 하고 있어 그 부작용이 더욱 심각하다. 특히 도급은 세계적으로 일반화 된 생산방식으로 폭스바겐, BMW, 애플, 나이키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고 있다.

   
▲ 고용형태 공시제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으며 현재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시행 중이다. 기본적으로 ‘정규직 직접 고용만이 善’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정규직 고용보호나 임금이 세계 최고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노동시장에 상당한 부작용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 우리 기업만 제한을 받음에 따라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 하락을 유발시키고 더 나아가 기업 성장과 고용의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더욱 의문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대기업 사내도급 근로자가 협력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라는 관점에서 일반 중소기업 정규직 근로자보다 오히려 양호한 근로조건을 보장받고 있어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물며 만약 원도급업체가 고용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수급업체로 하여금 근로자를 줄이도록 압박할 경우, 이는 부당 경영간섭 등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되는 불법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산업이 점차 고도화됨에 따라 기업들의 업종, 생산방식 등도 하루가 다르게 다양화되고 있는 지금, 공시제는 이를 단순히 ‘고용의 질’이라는 하나의 잣대로만 규정하여 평가하고 있다. 최근 공개 이후 상황만 보더라도 협력업체나 기간제 근로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업종의 특성과 여성·고령자 등 취약 근로계층의 고용에 대한 기업들의 노력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특정 고용형태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들은 ‘부도덕한 기업’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들을 볼 때 고용형태공시제의 개선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공시제가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고용관계가 아닌 사내도급 등 ‘소속외 근로자’를 공시대상에서 제외하고, 대외 공개 시 단순 수치에 기반한 기업 순위화를 금지하여 기업과 고용형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확대·재생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고용형태공시제’는 노동시장 경직성을 심화시켜 기업의 활발한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기업경쟁력 약화, 비효율성 확대, 반기업정서 확산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바, 장기적으로 제도 시행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개재판이나 인민재판의 모습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