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노조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삼성 계열사별로 우후죽순처럼 노조 설립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노사가 모범적인 상생 관계 모델 구축에 나서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설립 후 1호 안건은 성과급 산정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임직원 OPI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초과이익성과급(OPI)은 1년 실적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안에서 개인 연봉의 최고 50%까지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사업부별로 연봉의 5~27%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초 OPI 지급을 위해 별도 실적 목표치를 2조원으로 잡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1조9000억원)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일부 중형 프리미엄 제품군 수요 약세와 대형 디스플레이 업계 공급 확대 등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감소했다. 하지만 1조394억원 적자를 낸 경쟁사 LG디스플레이 보다 선방을 한 점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올해 중소형과 대형 사업부를 통합해 OPI를 지급하도록 규정을 바꾼데 대한 박탈감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노총 게시판에는 "중소형사업부는 자체적으로 영업이익 3조원을 벌어들였는데 성과급 미지급은 삼성에서 유례없는 일"이라며 "(성과급이 지급된) 낸드, LSI, 파운더리 등은 훨씬 이익이 적었다. 노조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노조 설립과 성과급 관련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OPI 관련 안건이 주요하게 다뤄질것 같긴 하지만 여러가지 부분을 보고 있다"며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 설립 이후 가입을 받을지 등 계획에 대해 초기 참여 직원들과 회의를 통해 조정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총회에서 위원장을 선출한 후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 신고증을 받으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수 있다. 한국노총은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설립되면 LG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전자업계의 한국노총 산하 노조와 연대 활동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노조가 설립되면 노조 있는 삼성 계열사는 61곳 중 12곳이 된다. 민주노총 소속 단독 노조 5곳(삼성생명·삼성전자서비스·삼성SDI·삼성엔지니어링·삼성에스원)과 한국노총 단독 3곳(삼성화재·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삼성디스플레이)이 있다. 이 밖에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증권, 삼성웰스토리에 노조 2개, 삼성증권에 민노총 소속 2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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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생긴 계열사 관계자들이 삼성의 타계열사를 찾아 다니며 노조 설립 독려를 하고 있어 향후 노조가 더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노사간 격전 보단 모범적인 상생 관계 모델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사업의 경우 대규모 선제 투자가 필수적인데 노조의 경영 간섭이 높아지면 회사의 장기적 발전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매년 파업과 연봉협상 등 리스크가 잇따르면 해외 수주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경제적으로 부담은 될 것"이라며 "노사관계에 투자할 때가 된 것을 인정하고 건강한 노사문화 정립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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