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올해 전자투표 제도가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이 전자투표로 주총의 향방을 바꾸는 것은 물론 전자투표 ‘플랫폼’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주들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는 ‘전자투표’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자투표는 주총이 열리기 전 열흘간, 주총장에 직접 출석할 필요 없이 본인 인증만 하면 온라인으로 특정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 사진=연합뉴스


제도 자체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10년으로 주총 비용을 줄이고 소액 주주 권리를 향상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시행 후 4년이 흐르는 동안 전자투표를 도입한 회사는 79개사에 불과했다. 

지난 2017년 말 섀도 보팅(shadow voting, 의결권 대리 행사) 제도가 폐지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의결정족수가 부족해 감사 선임에 실패하는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보다 많은 주주의 주총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전자투표제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정기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이용한 회사는 581개사로 전년보다 12.4% 늘어났다.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 역시 10만 6259명으로 전년(3만6141명)보다 무려 194%나 급증한 모습이다.

올해의 경우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지난달 30일 전자투표 도입을 전격 결정하면서 전자투표제는 다시 한 번 확산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12일에는 현대차그룹 또한 현대차·기아차 등 전체 상장 계열사에서 전자투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SK·롯데 등은 이미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상황이라 LG그룹을 제외한 5대 그룹이 전부 전자투표를 도입하게 됐다.

‘판’이 커지자 전자투표의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자투표 플랫폼은 한국예탁결제원이 독점하고 있었지만 대형 증권사들이 속속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홰 ‘플랫폼V’를 출시하며 전자투표 시장에 뛰어들었다. 플랫폼V는 미래에셋대우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자투표 실시와 바로가기를 안내하며, 의결권 보유고객이 온라인으로 본인의 의결권을 조회해 볼 수도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전자투표 플랫폼을 이용한 기업은 약 100개사로 전자투표행사율 4.5%를 기록했지만 올해에는 큰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올해 처음으로 전자투표 서비스인 ‘온라인 주총장’을 시작한다. 발행회사와 주주의 편의성을 높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신한금융투자 또한 전자투표 플랫폼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시장의 경쟁구도가 치열해지는 것은 전자투표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라면서 “국내 상장사들의 주주총회 풍경이 작년과 올해 커다란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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