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지난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생존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연간 생산 400만대 선이 붕괴됐다.
부품과 철강 등 후방효과와 함께 고용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지난 2009년 이후 10년만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 같은 감소세는 노사 분규 장기화에 따른 생산차질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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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완성차. /사진=미디어펜 |
1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2019년 10대 자동차 생산국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전년 대비 1.9% 감소한 395만대로 7위에 그쳤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 1위를 유지했지만 생산량은 전년 대비 7.5% 감소한 2571만대로 내려앉았다.
2위에는 생산량이 3.7% 줄어든 미국(1088만대)이, 3위엔 0.5% 감소한 일본(968만대)이 각각 차지했다. 이어 독일(-8.1%)과, 인도(-12.7%), 멕시코(-3.1%) 등의 순이었다.
10대 자동차 생산국 순위는 2018년과 동일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전체 생산량에서 전년대비 4.9%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경우 6위인 멕시코와의 생산대수 격차를 2018년 7만2000여대에서 지난해에는 2만2000여대까지 좁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생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산 감소는 노사 문제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모두가 임단협 협상이 장기화 되며 생산차질을 빚었고 일부에서는 물량 배정 축소로 이어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가장 크게 타격은 입은 것은 르노삼성이다. 한동안 회사 측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며 모범적인 노사관계로 불려왔던 르노삼성이지만 최근 1~2년 사이에는 노사간 깊은 갈등을 보이며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2013년 르노 본사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부산공장에 연간 8만대에 달하는 닛산 로그 위탁 물량을 배정했다.
당시 부산공장은 경쟁력 있는 인건비와 안정적인 수급,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수주 물량을 따낼 수 있었다. 닛산 로그 수출 물량이 더해지면서 2014년 9월 이후 르노삼성의 월 수출은 한동안 매월 1만대 이상을 유지했다.
반면 2018년 이후 월 판매실적이 1만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노사관계로 글로벌 물량 축소와 함께 신차배정조차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 현재 르노삼성이다.
한국지엠도 지난해 노조의 강경대응으로 임단협에 난항을 겪었고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그나마 새로운 노조 집행부가 들어섰고 신차 트레일블레이저가 등장하며 분위기는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노사 문제는 남아있다.
기아차 역시 양사와 같은 모습을 보이며 지난해 임단협의 난항을 겪었고 생산차질과 국내 생산량 감소에 한몫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노사문제의 고질병인 '고비용·저효율'구조 때문이다.
국내공장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큰 리스크일 수 밖에 없고 이에 생산물량 배정을 꺼리는 제일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에 '고비용·저효율'고리를 끊고 선진노사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생산기지의 경쟁력이 강화돼야 이후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현대차, 쌍용차를 제외한 업체들의 임단협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생산차질, 물량 배정 축소 등으로 6위 탈환 기회를 놓쳤다"며 "중국 업체의 해외 진출로 우리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370만대 생산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5대 완성차 생산국'에 진입한 바 있다. 하지만 450만대 선이 무너진 2016년(422만대) 인도에 추월을 허용하면서 6위로 밀려났고 이어 2018년엔 멕시코에까지 추월당하며 7위까지 떨어졌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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