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민연금이 최근 들어 규모나 상징성 측면에서 국내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큰손’이 됐지만, 운용역의 경우 ‘인력난’에 봉착해 1인당 운용자금이 3조원 수준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예산 총액보다 많은 금액을 적은 인원으로 굴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국민연금의 투자 부담은 가중되고 수익률 책정에도 한계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의 급속한 성장세에 따라 기금을 관리하는 운용역 1인당 운용자금 규모 역시 급증했다. 국민연금 운용역 한 사람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는 지난 2018년 2조 5000억원 수준에서 현재 약 3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 사진=연합뉴스


이는 운용역 인력증가에 비해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워낙 빨리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말 약 638조원이었던 기금 규모는 작년 말 약 730조원까지 성장했다. 1년 만에 90조원이 넘게 늘어난 셈이다. 공적연금 기금 규모로는 세계 5위 수준이다. 

한편 인력은 부족하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운용전략실·주식운용실·부동산투자실 등 국민연금 기금본부의 투자 파트 인력은 총 156명(작년 5월 기준)으로 정원인 189명보다 33명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기금운용본부 전체 인력을 합산해도 297명이다. 단순 계산을 했을 때 운용역 한 사람이 3조원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한 해 국가예산은 올해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쉽게 말해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국가예산의 총액보다 많은 돈을 굴리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운용역 한 사람은 국가예산의 약 15분의 1에 달하는 돈을 혼자 운용한다. 당연히 운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국민연금은 ‘초과 수익률’을 내기 위한 적극적인 운용을 하기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올해 목표초과수익률 안을 정할 때에도 ‘운용역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작년과 같은 수준에서 목표수익률이 정해졌다.

운용역 인력 부족은 결국 국민연금을 위탁운용해야 하는 상황으로 연결되고 있다. ‘직접 운용 능력 확충’을 국민연금 기금본부의 조직적 과제로 삼고 있긴 하지만, 현재 국민연금 위탁 운용 규모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40%를 이미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 2012년 30.9% 수준이던 국민연금 위탁 운용 비중은 작년 말 38.6%까지 증가했고, 지난해 11월 말에는 40.5%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또 다른 과제 중 하나인 ‘대체투자 확대’ 역시 인력 부족으로 인해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작년의 경우 대체투자 비중은 목표 비중이었던 12%에 못 미친 11.3% 수준에 머물렀다. 운용자금이 워낙 급속하게 늘어나 투자 비중을 확대하기 힘들어졌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확대 등 주주권리 확보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는 등 국내 자본시장에서 실질적‧상징적 영향력을 더욱 키워가고 있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개입 논란이 야기될 만큼 최근으로 올수록 국민연금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확대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운용 전문가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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