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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
방송인 김어준은 맷집이 좋아 보인다. 투실투실한 게 웬만해서는 아프지 않고, 쉽게 넘어트릴 수 없을 것 같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안이라면 옆에 앉기가 주저되는 사람이다. 차지하는 면적이 커서 엉덩이를 겨우 걸치거나 어깨를 한껏 움츠려야 하는 불편이 예상되어서다. 시커멓고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니는 겨울철이면 더 심하겠지.
'방송인' 김어준이 정말 맷집이 좋은지는 난 모른다. 그의 외모가 주는 인상이 그렇게 보인다는 거다. 생각과는 달리 약한 맷집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어준의 '멘탈'은 최정상급인 것 같다. (정신상태 혹은 사고방식이라는 뜻의 영어 'Mentalty'를 줄인 '멘탈'이 한국에서 '뻔뻔스러움'이라는 뜻으로도 쓰인 지는 오래다.)
김어준이 '멘탈갑(멘탈이 강하다는 뜻)'일 것이라는 생각은 그가 '이 시대의 논객' 진중권의 송곳처럼 뾰족하고 표창처럼 날카로운 공격을 무시하고 있어서다. 조국 사태가 무르익으면서 진중권은 여러 '진보적 명망가'들을 공격하고 있지만 김어준에 대한 공격은 결이 다르다.
김어준에 대한 진중권의 공격은 지난 1월 나왔다. 이런 저런 '진보 인사'들이 '조국 백서'를 만들어 '조국 사태'를 다룬 검찰과 언론의 행태를 낱낱이 밝히겠다며 제작비 모금에 나선 지 사흘 만에 9300여명에게서 3억 원을 모았을 때다. 김어준은 '조국백서 제작 후원회장'으로 나섰다.
즉각 "그런 책이 왜 필요하나, 나라면 '조국 흑서'를 만들겠다. 또 백서건 흑서건 그런 책은 3000만 원이면 충분하다"라며 '조국 백서'에 코웃음을 치고 나온 진중권은 "3억 원이 정확하게 사용될지 의문"이라는 말로 후원회장 김어준에게 공격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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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어준의 멘탈은 '지구적' 차원에서 훨씬 벗어난 '우주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사진=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제공 |
진중권은 "김어준씨는 2012년 대선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한 영화 '더 플랜' 제작 당시 20억 원을 모았지만 이후 사용 내역을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이 영화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제작비 20억과 영화의 품질 사이에 너무 큰 차이가 있다. 그 차액은 당연히 착복한 것이다"라고 김어준의 두툼한 몸집에 표창을 날렸다.
진중권은 오랫동안 진보진영의 이론가 혹은 대변인 행세를 해온 김어준이 사실은 돈이나 밝히는 수준의 사람이라고 까 내린 것이다. 진중권은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김어준의 나꼼수 동지인) 정봉주가 한 얘기다. (정봉주는 김어준이) 그 돈으로 외국으로 놀러 다니는 등 온갖 사치를 다 했다. '그 XX, 언젠가 돈 때문에 망할 거야'라고도 했다"라고 김어준 착복설의 출처를 밝혔다. "김어준이 속옷을 한 번만 입고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이야기도 정봉주에게서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치도 보통 사치가 아니라는 거다.
이 정도면 공격이 아니고 '욕'이다. 김어준에 대한 진중권의 공격이 다른 '진보 명망가'들에게 퍼붓고 있는 공격과는 결이 다르다는 건 그래서다. 진중권은 김어준에게 "너에게는 다른 말이 필요 없어. 너는 그저 〇〇놈일 뿐이야. 돈이나 챙기려고 진보의 대변인인 척하고 있는 하찮은 존재라고!"한 것이다. 진중권은 김어준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어준은 이런 모멸적 욕을 듣고서도 가만히 있다. 진중권의 말이 틀리다면 즉각 명예훼손 운운하면서 고발하거나 쳐들어가서 몸집 좋은 사나이답게 한판 벌였을 텐데 여태 조용하다. 자기 자신의 명예만이 아니라, 가족과 진영의 명예가 달린 문제이며, 3억 원을 만들어준 9300여 후원자들의 명예가 걸렸는데도 가만히 있다.
진중권이 까밝힌 게 사실이라는 말인가? 김어준 등과 한편인 듯 보이는 공지영도 "조국 백서 제작에 3억 원을 쓴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으니 사실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김어준은 지금 맡은 모든 공적인 일에서 물러나야 할 텐데, 그런 기색은 전혀 없다. 여전히 마이크 앞에 앉아 이 일 저 일 간섭하고 있다. 정말 초인적인 멘탈이다. '멘탈 갑'이다. 아니, '나꼼수'적 표현으로 '슈퍼 울트라 멘탈 갑'이다.
김어준의 멘탈은 '지구적' 차원에서 훨씬 벗어난 '우주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김어준, 정봉주와 함께 나꼼수 멤버였던 김용민과 비교해서도 그렇다. 김용민은 KBS TV에서 '거리의 만찬'이라는 프로그램을 맡으려다 "그건 아니지, 당신이 그런 걸 하면 안 되지"라는 여론이 비등하자 스스로 포기하더니 작년 5월부터 해온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했다.
이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깨닫고 내린 결정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김용민의 멘탈은 김어준의 멘탈보다 약한 게 사실이다. 김어준과 비길 만한 멘탈력은 정봉주 정도? 서울 강서갑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했으면서도 그 판을 흔들려고 나선 걸 보고 든 생각이다.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정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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