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7월 12일 뉴욕 유엔 본부, 열여섯 살 생일을 맞은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소개로 단상에 올라 전 세계를 향해 연설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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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말랄라> 말랄라 유사프자이, 크리스티나 램 지음 /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가장 좋아하는 분홍색 전통 의상을 입고, 피살당한 파키스탄 첫 여성 총리 베나지르 부토의 숄을 두른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이 세상 모든 어린이에게 무상교육을 제공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로부터 1년 전인 2012년 10월 9일 파키스탄 북부 밍고라, 말랄라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버스 안에서 한 괴한이 코앞에서 쏜 총알에 머리를 관통당했다.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지 병원으로 옮겨진 말랄라는 부어오른 뇌 때문에 두개골 일부를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고, 집중 치료를 위해 10월 15일 영국 버밍엄의 퀸엘리자베스 병원으로 이송됏다.
이듬해인 2013년 1월에 퇴원한 뒤,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 속에서 건강을 회복한 말랄라는 3월부터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에지배스턴 여학교에 다니고 있다.
당시 그녀가 살아나리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말랄라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고 있을 때 무장 이슬람 정치조직인 탈레반은 그녀에게 총격을 가한 것이 자신들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누구든 우리에게 대항하는 목소리를 내는 자는 같은 방식으로 처리될 것이다.”
단짝 친구와 <트와일라잇>을 읽고, 남동생과 티격태격하고, 학교에서 1등을 놓고 경쟁하던 평범한 소녀가 어째서 탈레반의 표적이 되고, 어떻게 세계의 정상들이 서는 연단에 오르게 됐을까? <나는 말랄라>에는 이에 대한 길고도 놀라운 여정이 담겨 있다.
<나는 말랄라>는 그저 학교에 다니는 게 꿈이었던 한 소녀의 자전적 연대기이자, 탈레반이 장악한 파키스탄 북부의 스와트밸리 지역에서 여자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해온 가족의 이야기, 파키스탄이라는 나라가 거쳐온 질곡의 현대사에 대한 훌륭한 개괄, 나아가 21세기 세계 정세의 태풍의 핵인 이슬람 근본주의와 테러리즘의 실체를 폭로하는 현장의 목소리이다.
또한 무엇보다 불의와 폭압에 침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용기와 신념에 관한 감동적인 기록이다.
말랄라의 이야기는 그녀가 열한 살이던 2009년에 영국 공영방송 BBC의 우르두어 블로그에 ‘굴 마카이’라는 필명으로 탈레반 치하의 삶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총격 사건 이후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같은 각국 지도자들과 앤젤리나 졸리, 마돈나, 비욘세 등의 스타들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하고, 2013년에는 말랄라가 최연소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 ‘말랄라 신드롬’이 일었다.
신변 위협 때문에 그녀의 가족은 모두 고국인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영국에 체류중이며 아버지 지아우딘은 버밍엄 주재 파키스탄 영사관에서 교육 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말랄라는 유엔 본부 단상에 선 것을 비롯해 다양한 매체와의 인터뷰와 연설 및 ‘말랄라 펀드’ 조성을 통해 파키스탄은 물론 시리아, 나이지리아, 케냐 등 저개발 국가 어린이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운동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한편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지난 10일 인도의 카일라쉬 사티아르티와 함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