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로 동결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외 여건변화 등을 고려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와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각각 2.4%, 2.0%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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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제공=한국은행 |
한은은 27일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현재와 같은 수준인 연 1.25%를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달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분석에 무게를 둬왔다. 하지만 금리를 더 내릴 경우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현재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점 등이 인하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주열 총재는 지난 14일 코로나19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통화정책의) 효과도 효과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업체에 대한 금융지원을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기존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증액하기로 의결했다.
관광‧외식‧유통 등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과 중국으로부터 원자재‧부품 조달 및 대중국 수출 애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제조업체에 5조원(은행대출 기준 10조원)을 지원한다. 이 가운데 4조원을 지방소재 중소기업에 지원하고, 특히 피해가 큰 대구‧경북지역에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중개지원대출 중 한도 미소진 프로그램(중소기업대출안정화 프로그램)의 여유분을 활용해 창업기업 및 일자리창출 기업에 1조원(은행대출 기준 약 2조원)을 증액한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중소기업의 자금가용성 확대(은행대출 기준 최대 약 12조원) 및 이자부담 경감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 및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전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교역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주요국 국채금리와 주가가 하락하고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확산 정도, 보호무역주의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설비투자의 부진이 완화되었으나, 건설투자의 조정이 이어진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수출이 둔화되었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개선되는 움직임을 지속하였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2%대 초반 수준에서 지난 11월 전망치(2.3%)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전환, 석유류 가격 오름세 확대 등으로 1%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대 후반으로 상승하였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후반을 유지하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 초반을 보이다가 다소 낮아져 금년중 1% 내외를,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대 후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장기시장금리와 주가가 큰 폭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당폭 상승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소폭 확대되었으며 주택가격은 서울 이외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오름세를 나타내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무역분쟁, 주요국의 경기,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전개 상황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