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4‧15 총선을 앞두고 오로지 비례대표 의석을 위한 정당들이 연이어 창당을 준비 중이다. 특히 거대정당들이 이를 주도함으로써 당초 소수정당에 의석이 돌아가도록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4+1 협의체’가 강행처리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제1야당인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과 협의를 배제한 체 물리적 충돌까지 일으키면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무리하게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창당으로 부작용이 시작됐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미래한국당 창당에 대해 ‘쓰레기 정당’, ‘불법 정당’이라고 비판했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많은 비례정당들이 난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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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27일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당장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창당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 윤효종 사무총장, 전해철 당 대표 특보단장, 홍영표·김종민 의원 등은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만나 창당의 명분과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계 진보 원로들로 구성된 주권자전국회의 등도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연합은 유럽과 뉴질랜드 등 정당정치가 발달한 정치선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개혁‧진보 진영 비례대표 후보를 모은 ‘선거연합 정당’ 창당 시나리오에 비중을 두고 검토에 착수했다. 하지만 연합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정의당이 “비례민주당이든 연합정당이든 꼼수 정당(심상정)”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대표도 “미래한국당에 대해 '꼼수정당'이라고 비판했던 민주당이 똑같은 길을 가겠다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비례위성정당에 대한 정당등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정당에 대한 논의 자체를 최고위에서 하지 말아달라”며 “그 논의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도 이번 총선에서 지역선거구 후보자를 내지 않는 대신 비례대표만 공천하기로 했다. 안철수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을 통해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개척하고 야권은 물론 전체 정당 간의 혁신·정책 경쟁을 견인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예비후보자 적합도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도 "'비례 정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지위를 과감하게 던져버리겠다"면서 비례대표 정장인 '열린민주당(가칭)' 창당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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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통합당 성일종 원내대변인(왼쪽)과 정유섭 의원이 지난 1월 3일 오후 선거법 개정안 관련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제출을 위해 헌법재판소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비례정당이 난립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실패한 선거제 개혁’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괴물정당 생태계의 원흉은 민주당이 주도한 괴물선거법”이라면서 “자신들이 뿌린 괴물선거법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해주시기 비란다. 국가 선거체계를 혼탁하게 한 점에 대해서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반드시 선거법 정상화를 21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워야 할 것이다. 국가근간을 뒤흔든 죄,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직시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는 민주당과 통합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개헌은 일찍이 무산되었고 반쪽자리 선거법 개정은 결국 미래한국당, 열린민주당이라는 위성정당으로 희대의 사기극을 낳고 말았다”고 날을 세웠다.
유 공동대표는 “이런 꼼수정치, 말바꾸기 정치는 결국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것”이라며 “분권형 개헌과 제대로 된 선거 개혁으로 상생과 화합의 정치, 보다 대국적이고 발전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 이 자리를 빌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에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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