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저능한” 담화 다음날 김정은 ‘위로 친서’, 속내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코로나19 사태로 남북 간 1년 넘게 닫혔던 대화의 문이 ‘김정은 친서’로 열릴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위로하고,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전날 밤 그의 친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이 청와대를 향해 훈계하듯 비난하는 담화를 낸 직후여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화력전투훈련에 대해 청와대가 우려를 표하면서 중단을 촉구한 것에 대해서는 김여정이라는 새로운 담화 주인공을 내세워 거칠게 비난했다. 최근 달라진 위상이 보여 조직지도부 1부부장으로 승진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낳고 있는 김여정의 첫 담화는 사실상 김정은의 말을 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저능한 사고방식” “주제넘다” “세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등 거친 표현을 서슴치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 말에 기분이 몹시 상하겠지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가 하면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바로 다음날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 앞으로 친서를 보내 코로나19 감염병과 싸우고 있는 우리국민에게 위로를 보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우리국민이 코로나19 사태를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보이고, 남녘 동포들의 건강을 빌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진행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 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와 김정은 위원장의 위로 친서가 모순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북한이 남북 대화와 협력을 점진적으로 재개할 의사를 비쳤다고 해석했다.

정 센터장은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북한은 중국인들의 대북 관광을 수용할 수 없게 되면서 매우 심각한 외화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이 공식적으로 7000명이 넘는 ‘의학적 감시 대상자들’이 발생했다고 발표할 정도로 코로나19의 확산도 매우 심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인해 북한이 중국인 관광객 대거 수용이라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졌고, 외화난에다 코로나19 위협까지 가중되면서 북한이 남한과 협력을 기대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남북관계가 파탄 난 책임을 남측에 돌리면서도 장기적으로 연결의 끈을 이어가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정면돌파전이 어려울 때 우리가 내민 손을 마지못해 잡을 수도 있는 상황까지도 염두에 둔 계획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김여정 1부부장의 담화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 명분을 싣기 위한 것으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했던 대남특사 출신이 나서 청와대를 훈계한 것도 이런 까닭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들의 군사훈련에 간섭하는 남한에 일침을 가해 위상을 세운 뒤 김 위원장이 먼저 손을 내밀어 방역과 경제 협력을 기대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김 위원장의 친서는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제안했던 남북 보건협력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조만간 북한의 코로나19 및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을 위한 보건 협력이 시작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협력이 6.15선언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당국간 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윤 수석이 브리핑에서 밝힌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조용히 응원하겠다고 말하면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 또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는 대목이 이런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친서를 두고 너무 비약해서 남북관계를 전망해서는 안된다는 분석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정상국가 지도자로서의 할 일을 남북관계 상황, 여건과 결부시켜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우리도 김정은의 친서를 확대, 비약해서 해석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남북관계 진전과 변화는 그 여건과 조건이 만들어져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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