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은행, 권고안 수용여부 현재까지 뚜렷한 입장 못 정해
[미디어펜=백지현 기자]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안을 거부하면서 금융권의 관심은 나머지 은행이 권고안을 수용할지 여부에 쏠린다. 

   
▲ 사진제공=미디어펜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과 씨티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금감원이 권고한 피해기업(일성하이스코)에 대한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나머지 신한‧하나은행이 권고안을 수용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원의 권고안 수용여부에 대한 은행의 결정시한은 이날까지다.

신한은행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권고안 수용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권고안 수용여부와 관련해 법률적으로 추가 검토할 부분이 있어 금감원에 수용결정 기한을 재연장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용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머, 오후 이사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권고안 수용여부와 관련해 전날 늦게까지 검토했으나, 추가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남아 있어 금감원에 결정시한을 재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일부 불완전 판매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4개 기업(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월글로벌미디어‧남화통상)과 관련해 상품을 판 6개 은행(신한‧하나‧우리‧산업‧대구‧한국씨티은행)에 대해 피해액의 15~41%를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이들 기업의 피해금액은 1490억원으로 추산된다. 금감원이 배상비율을 바탕으로 산정한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또 피해기업 4곳에 대한 분쟁조정안과 별도로 키코 계약당시 실제 수출금액보다 과도한 규모로 계약을 체결한 147개 기업에 대해서 은행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배상여부와 금액을 정할 것을 권고했으며, 이에 대해 하나은행이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다.

은행들이 권고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키코 사태가 이미 지난 2013년 대법원 판결로 마무리 된 데다,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배임혐의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금감원의 분조위는 ‘권고기구’일 뿐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양측이 모두 받아들여야만 효력을 갖는다. 키코 판매은행 중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곳은 현재 우리은행 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씨티‧산업은행이 권고안을 거부한데 이어 나머지 은행들도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감원의 분조위 권고안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데다 은행들이 권고안을 받아들일 경우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배임혐의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