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국과 일본이 서로 무비자 입국 중지에 돌입한 9일 일본에 도착한 한국인은 단 3명에 그쳤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인적규제가 겹치면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의 ‘한국인 무비자 입국 중단’과 ‘2주간 격리’ 등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 우리정부도 ‘일본인 무비자 입국 금지’와 이미 발급된 ‘비자 효력도 정지’했다.
다만 청와대는 “비자 면제 중지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주권국가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밝히면서도 중국을 상대로 한 것처럼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해 절제된 대응을 했고, 이외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일본처럼 ‘2주간 격리’ 조치를 하지 않아 일본이 ‘무비자 입국 중지’만 푼다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우리도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이 일단 이번 달까지 시행하기로 한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다음 달로 연장할 경우 한일관계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전날 “국내 상황이 나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성급하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정체되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월 28일 916명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은 이후 어제 3월 8일 248명으로 추세적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이 추세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코로나19 확산세 여부와 일본정부의 추가 대응 조치에 따라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조치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재연장 여부가 한일 갈등의 뇌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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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가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
특히 청와대는 “일본정부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 발표가 지난 수출규제 조치 발표처럼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이었다”며 강력 반발했다. 정부는 “일본정부의 조치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일본의 조치에 따라 추가 대응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 가능성에 대해 “당장 어떤 것을 메뉴에 놓고 한다기 보다 일본의 코로나19 상황과 감염 추이를 보며 필요하면 추가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한중 입국제한 조치와 관련해 전문가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가 “최종적으로 정치적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야당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하고, 또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선 한국에 대해서는 현재도 감염자가 급증하는 곳”이라며 “이미 대구시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입국) 제한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확대하는 가운데 전역에 대해 이미 발표한 것처럼 대응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왜 이탈리아는 포함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이탈리아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필요가 있다면 우리도 주저 없이 판단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현재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이다. 한일갈등의 여파로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작년에도 558만여명이 일본을 찾았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327만여명으로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하지만 이번 한일 정부의 조치로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이날부터 대폭 축소되면서 한일 간 인적교류 규모와 밀접한 경제관계 등을 고려하면 입국규제가 가져올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일본의 12개 도시 17개 노선을 운영하던 대한항공은 오는 28일까지 인천∼나리타 노선을 제외하고 나머지 노선의 운항을 전부 중단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취항 30년 만에 일본 전 노선의 운항을 오는 31일까지 아예 중단하기로 했고, 다수 저비용항공사도 일본 노선을 접었다.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도 이날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출발해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이에 따른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깊은 갈등에 빠져 한국정부의 지소미아 종료로 중대 기로에 섰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정상회담을 계기로 어렵게 대화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이번처럼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한일 양국이 건건이 충돌하고, 특히 양국 관계의 토대인 인적교류마저 정치적 고려로 중단된다면, 한일 간 갈등은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처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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