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관료 낙하산 인사, 거수기 노릇 사외이사 엄격 제한해야

   
▲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작년 말부터 시작된 KB금융의 금융사고는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동경지점의 부당대출 및 비자금조성, 국민채권상환액 부당편취, 컴퓨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지주사회장과 은행장간의 오랜 갈등과 감독당국의 중징계 후 동반사퇴에서 보여준 KB 경영진의 모습에서 한국금융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동 과정에서 KB의 영업력은 곤두박질하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와 같이 일이 한국금융에서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내부통제제도나 건전성규제, 인사규제 및 감독규제가 정비되지 않음도 아니다.

이는 순전히 국민총생산의 1/4에 달하는 거액의 자산을 운영하고 수만 명의 직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CEO 위험에 기인하고 있다.

금융과 리스크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하기보다는 자리보전과 단기적 과시성 실적에 연연하게 될 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능력을 갖춘 경영진을 임명하기보다는 정치적 또는 관료적 인사가 낙하산으로 임명될 때 이들은 조직 내부에서 인정받지 못함에 따라 이면합의로 인사 및 복지를 결정하게 되고, 이러한 부분이 결국 고비용 구조를 정착시킨다.

그리고 정부는 금융산업이 경제성의 입장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놔두기보다는 각종 정책집행을 금융을 동원해서 하려 한다. 정책집행의 이행실적을 주기적으로 파악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동 실적 미달시 경영실태평가등급에 반영하여 검사주기와 연계해 차등화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성숙도, 신뢰도, 총자산수익률, 비이자수익비중, 예대마진, 생산성 등이 전세계하위권에 머물고 있고, 총국민소득에 차지하는 비중도 하락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돌파해 나갈 능력이 있는 CEO 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금융권에 가해지고 각종규제 완화와 강제적인 정책참여 권유는 외국금융기관과의 경쟁을 고려해서도 가급적 지양해야 하겠다.

한편 공정한 감독 및 검사 재제가 이루어지도록 금감원에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사안마다 서로 조율되지 못한 파열음을 내고, 신속한 조치마련에 실기하고 있는 현재의 기형적 조직형태를 띄고 있는 금융위와 금감원 통합이 필요하다.

통합에 시간이 소요될 경우 금융위원장의 금감원장 겸직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분쟁관련 큰 이슈가 터질 때마다 소비자보호원 분리주장도 있으나 이는 국민에게 과도한 감독 및 비용 부담을 초래함으로 금김원내 별도 독립조직화 하던지 한국은행 산하에 두는 것이 독립적 운영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끝으로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것임으로 건전한 조직구성을 위해 내부통제강화차원에서 준법감시인의 내부통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제 기능을 못하는 사외이사의 선임요건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도입, 대주주등과의 거래를 제한 등으로 금융회사의 대주주 私금고화 차단해야한다. 금융지주사에 경영관리협의회 및 위험관리협의회를 설치하여 금융그룹 중요 경영사항*의 책임의사결정체계를 구축토록 하자. 금감원 재제심의위원의 구성을 다양하고 당국과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에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 글은 14일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 공동으로 개최한 <KB금융사태로 본 위기의 한국금융: 현주소와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참석한 문종진 명지대 교수가 발표한 내용의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