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감독위원회와 통합 금융감독원으로 탄생되고 이어 2008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체제를 갖춘 현재의 금융감독제도가 설립되었다.
그러나 1997년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금융에 대한 과도한 정부의 개입으로 금융의 비효율이 누적된, 이른 바 관치금융에 있었으나 새로 설립된 금융감독원을 금융감독정책과 국내금융정책을 관장하는 금융위원회의 산하기관으로 둠으로써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던 관치금융문제가 더욱 악화될 소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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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연구원 및 아시아금융학회 공동개최,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
그 결과는 2001~03년 중에 발생한 신용카드 대란, 2011에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증권 사태, KB금융사태 등 연이은 금융사고로 나타났다. 이처럼 연이은 금융사고는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와 금융정책과 감독정책 분리의 필요성을 환기시켜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문성 부족과 감독사각지대 가능성 등 통합감독의 문제점도 드러내었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글로벌 차원에서 금융감독제도에 일대 전환기가 되었다. 즉 시스템위기의 사전예방을 위한 거시건전성 규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위기의 사전예방이나 추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최종대부자기능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의 금융안정기능이 다시 재조명받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1998년 통합감독체제를 구축했던 영국은 감독제도를 영란은행으로 다시 이관하고 미국도 FRB의 감독기능을 강화하는가 하면 유럽연합은 유럽중앙은행 산하에 유럽통합감독기구를 설치하는데 합의하는 등 중앙은행의 금융감독기능이 속속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이 밖에 파생상품 등 소비자가 그 위험도를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상품들로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금융소비자보호가 강조되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여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 국내외 금융정책 조화도모, 감독의 분권화와 전문화, 건전성규제 강화, 중앙은행 금융안정기능 강화, 소비자보호 강화, 감독당국의 책임성 투명성 제고, 감독당국간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 감독제도의 국제적 정합성 제고 등 10대 금융감독제도 개편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개편방향에 따라 현행 금융감독원 기능을 시스템리스크와 관련성이 큰 은행과 제2금융권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건전성감독원과 증권 보험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거래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나누고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유로존의 경우처럼 금융건전성감독원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두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건전성감독원을 따로 둘 경우에는 중앙은행의 원활한 최종대부자기능 수행을 위해 금융기관의 부실징후 시에는 한국은행에 단독감사권을 부여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개편방향이 분권화 전문화의 필요성과 감독사각지대 해소에 부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은 각각 금융건전성감독과 금융시장감독에 대한 정책수립과 감독검사업무를 수행하며 임원의 임기가 보장된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하여 독립성을 보장하고 그 안에 각각 금융건전성감독위원회와 금융시장감독위원회를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설치한다.
관치금융의 우려가 큰 금융위원회는 해체하여 국내금융정책기능은 재정경제부의 국제금융정책기능과 통합하고, 금융시장감독기능은 금융시장감독원의 금융시장감독위원회에, 금융건전성감독기능은 금융건전성감독원의 금융건전성감독위원회에 이관한다. 이 밖에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기능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규제의 유효성과 효율성과 옥상옥 이중규제 소지 등을 고려하여 금융시장감독원에 현행대로 금융소비자보호처로 두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감독당국들 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금융안정위원회를 설립한다. 금융안정위원회는 어디 까지나 협력기구이며 각 당국의 독립적인 정책결정을 구속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울러 감독당국의 책임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들도 도입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최근 국제적 흐름에 부응하면서 관치금융청산으로 금융산업 발전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에도 부응하는 방향으로 10~20년을 내다보는 새로운 금융감독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중심에는 관치금융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금융위기를 겪고도 관치금융의 꼬삐를 놓지 않고 글로벌금융위기와 저축은행사태 등 연이은 금융사고를 겪어면서 감독제도개편의 열망이 고조되었는데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있는 한국 금융감독제도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제는 정말 금융관료들도 지난 50여 년동안 지속되어온 금융지배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다.
한때는 동아시아금융허브를 주장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후발주자인 상해에도 밀리면서 아무도 금융허브 얘기도 않은 한국금융산업의 실상에 깊은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감독제도의 구축은 독립성확보, 분권화, 전문화를 통해 위기예방에 필요한 규제로 금융안정 추구하면서도 금융산업을 미래의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관건이 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 글은 14일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 공동으로 개최한 <KB금융사태로 본 위기의 한국금융: 현주소와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수고한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의 발표 요약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