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인력 발 묶이고, 원자재 수급 우려에 기업 부담↑
비즈니스 인력 이동 해법 필요…정부 외교적 노력 절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비즈니스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발 승객을 입국 금지·격리하는 국가가 100여 곳을 넘긴 가운데 하늘길까지 잇달아 막히면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현실화 되고 있다.

10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 등 절차를 강화한 곳은 총 109개 국가·지역이다.

   
▲ 한국·일본 양국의 입국 규제가 강화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대한항공 발권창구가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곳곳에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비상이다. 코로나19의 확산 금지를 위해 출장을 자제하는 가운데 해외 생산기지가 위치한 국가의 입국까지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제품의 생산 라인 가동을 위한 필수 인력의 이동까지 제한되면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700여명의 엔지니어를 베트남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생산라인 개조에 투입돼야 하지만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상황이다.

베트남은 지난달 29일부터 한국민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임시 불허하고, 신규 노동비자 발급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의 공장’ 중국은 지방정부가 한국발 입국자 격리를 확대 중이다. 유럽과 북미에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영에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원자재 수급도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항공 노선 중단 사태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외줄을 타는 심정이다. 시급한 건들은 항공기로 실어 날아야 하지만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해외 공장은 돌아가고 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태가 더 길어지면 원자재와 부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항공기가 안 뜨는 상황에서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해외 현지로 인력 이동이 가능한 경우도 비용 문제가 기업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한국발 인원에 대해 14일 격리를 요구하는 국가에 입국하는 경우 회사·협력사 인력에 대한 비용을 해당 기업이 부담하는 상황이다. 시간은 시간대로, 비용은 비용대로 허비되는 셈이다.

한편에서는 비즈니스 관련 인력에 대해서만이라도 입국 금지와 격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 활동이 저하되면 한국은 물론 생산 시설이 위치한 해당국 모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 사안에 대해 기업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국가 간 문제인 만큼 입장 표명을 하기가 쉽지 않다. 사후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한시적 조치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악영향이 확대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적 이슈인 만큼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즈니스 인력에 대한 사전 검진 등 해당 국가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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