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내 '보수 가치 상실'한 공천이라는 비판 비등
"이한구, 유승민 실책이지만 김형오, 근본 가치 망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3일 전격 자진 사퇴한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공천 자체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김형오 공관위'의 공천에 대해 총선 압승은커녕 '패배'의 조짐이 보인다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는 분위기다.

김 공관위원장은 이날 과거 '친문·친여' 행적으로 논란이 된 김미균 시지온 대표에 대한 서울 강남병 공천을 철회하며 사직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사퇴에 '트리거' 요인이 된 '김미균 공천'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통합당 안동·예천 선거구에 단수공천된 김형동 변호사 역시 통합당 후보로서의 적합성 논란에 휩싸였다. 김 변호사가 '매일노동뉴스'에 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축하' 칼럼 등 그의 과거 칼럼이나 활동 사진이 통합당 후보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 통합당 안동예천 선거구에 단수공천된 김형동 변호사도 통합당 후보로서의 적합성 논란에 휩싸였다./사진=매일노동뉴스 화면 캡처

매일노동뉴스 자체가 "보수적인 경제지의 관점에 맞서는 노동과 진보에 기반을 둔 시각과 논조를 유지"한다고 밝히고 있는 신문이며, 김 변호사는 이 신문에 다수의 반보수 성향의 칼럼을 작성하기도 했다.

'김형오 체제'의 공천은 비단 '김미균·김형동 파문'만이 아니라 사천 논란에 이어 '무가치·무원칙·반보수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나아가 "지금까지 나온 행태는 20대 총선 이한구 전 공관위원장보다 더 심해보인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 교수는 '미디어펜'에 이같이 말하며 김 위원장의 공천은 보수 성향 유권자를 철저히 배제시킨 공천이라는 목소리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특히 (김미균 공천은) 강남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데 이런 식의 안일한 태도로 접근하는지 모르겠다"며 "이한구는 유승민 대처 등에서 실책을 보인 것이지만 김형오는 아예 근본 가치를 망실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가치 상실'을 근거로 미래통합당이 아닌 '분열당'이라는 조롱과 지탄이 쏟아지던 터였다. 통합당 자체가 '중도·보수' 외연 확장으로 '통합'돼 출범한 정당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지향 가치와 이념이 부재해 공천 작업도 방향을 잃었다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가치 부재' 상황에서 꾸려진 통합당 공관위 구성 자체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김미균 공천'에는 사실상 김세연 의원 등 몇몇 이른바 '개혁 성향' 인사들이 밀어붙였다고도 알려졌다. 김 의원은 실제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상징성, 대표성을 더 중요하고 보고 그런 걸 높이 사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 김형오 통합당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논란의 '김미균 공천'을 철회하고 돌연 사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책임 회피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이러한 사례가 통합당이 4.15 총선 후 '무엇으로, 어떻게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것인지 지향점과 '가치'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대안과 비전 제시는 결국 이념과 방향 설정에서 나오는 것인데 통합당 공천에는 그 대안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보수 성향 유권자의 '민심'을 도리어 잃고 있어 '정권 심판'은커녕 총선 압승도 보장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현 정부·여당이 경제·안보 위기, '조국 사태', '막말 논란',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초래했지만 이를 견제해야 할 거대야당이 '견고성'을 잃어 오히려 시한폭탄과 같다는 지적이다.

정치학 교수는 "컷오프되어야 할 자가 타인을 컷오프하는 자리에 섰을 때부터 모든 단추는 애초부터 잘못 꿰어진 것"이라며 "이미 이루어진 공천도 충분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도 '미디어펜'에 "김형오 사퇴는 총선 실패 조짐이 보이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꼬리를 자른 것"이라고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미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는 "미래통합당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며 '제3의 대안정당'을 물색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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