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합성어)'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퇴직 관료들의 금융사 진출이 주춤하는 사이 정치권 출신 비전문가인 ‘정피아(정치권+마피아의 합성어)’가 대거 입성하고 있다.

정치권에 몸담다 금융권에 내려온 정피아는 관피아 보다 전문성이 더 부족해 자리에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정수경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했다. 정 감사는 2008년 친박연대 대변인을 맡았다. 2012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를 지냈다.

지난달 수출입은행에 입성한 공명재 감사는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 ‘힘찬경제추진단’ 위원을 지낸 경력이 있다.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농림해양수산분과위원장 출신인 권영상 씨도 7월 한국거래소 감사위원이 됐다. 연봉이 억대에 달하는 알짜 자리다.

금융권에서 이 같은 정피아의 약진은 지난 4월 세월호 사태 이후 두드러졌다. 사태 직후 관피아 논란이 달아오른 5월 한 달에만 기술보증기금 강석진 감사(전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비서실장 ), 조동회 SGI서울보증 감사(사단법인 국민통합 이사장) 등이 금융권에 자리를 잡았다.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캠프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 올해 자리를 찾아야 3년 임기를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며 “그러다 보니 무리해서 금융공기업 감사나 사외이사 자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관료들의 자리였던 각종 금융협회 부회장을 선출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공기업 인사시스템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관료들을 관피아로 낙인찍는 데만 몰두하지 말고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