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익감수 당경제공약 수립 헌신, 민주당과 경제싸움 누가 하나 우려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학계를 모욕했다. 학계인사의 완전한 몰살이다.”

미래한국당이 16일 비례대표후보를 발표한 후 경제학계 등에선 탄식과 울분이 터져나왔다. 
당선안정권은 물론 당선권으로 추정되는 20번이내에 들어간 학자들이 한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해 가장 먼저 영입한 윤창현 전 금융연구원장이 그나마 26번을 배정받았다. 

노동경제학분야 김태기 단국대 교수도 30번에 겨우 포진했다. 사실상 국회진입은 포기해야 하는 머나먼 순번이다. 미래통합당 경제공약을 총괄했던 오정근 전 고려대교수(한국금융ICT학회 회장)는 40번까지 주어지는 명단에도 끼지 못했다. 복지 및 국민연금분야 최고전문가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도 아예 제외됐다.
   
학계는 분노하고 있다. 침통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미래한국당에서 그동안 온갖 어려움을 감내하고 경제정책 수립과정에서 도와준 것에 대해 보답은커녕 토사구팽했다는 서운함을 표시하고 있다. 싫컷 이용만 당했다는 서운함과 불만이 가득하다. 학계인사를 아예 명단에 넣지말지 이런 모욕적인 대우가 어디 있느냐고 항변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상당수 학자들이 비례대표가 발표된 16일 저녁에 통음했다고 한다. 

학계는 그동안 국회 회기 때마다 경제 전문가로 영입돼 경제정책 수립과 공약마련등에서 활약했다. 황교안대표가 출범한 후에는 학자들이 모여 문재인정권의 참혹한 경제실정을 비판하는 징비록을 내놓았다. 문재인정권의 소득주도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집필한 민부론(民富論)에는 50여명의 시장경제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에 경제정책 공약에 참여했던 경제학자들이 한명도 당선안정권에 진입하지 못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학계는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의원과 경제분야를 놓고 싸워줄 전사가 매우 부족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물인사만 중시하다가 경제통을 배제한 것이다. 학계는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며 당의 경제정책 수립에 헌신했는데, 토사구팽당했다면서 침통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선교 대표(왼쪽)와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 /미래한국당

민부론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제를 수호하기위해 바른 경제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한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문재인정권의 거대정부와 급진 포퓰리즘, 기업죽이기 정책에 맞서 작은정부와 감세 규제개혁 부동산 공급확대를 통한 시장안정등을 강조했다.

21대 회기에는 정통 경제학자가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입하지 못한 유일한 사례가 될 것으로 학계는 우려하고 있다. 20대에선 김종석 의원(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전 한국경제연구원장)이 활발하게 경제정책수립등에서 활약했다. 

학자 학살 공천으로 21국회에선 민주당과 경제분야를 둘러싸고 싸워줄 전문가나 전사가 부족할 전망이다. 그나마 미래통합당에선 당선이 유력한 강남지역구 공천을 받은 유경준 전 통계청장 정도가 있다.

학자들은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경제정책 수립을 지원하면서 상당한 불이익을 감내해왔다. 문재인정권에서 미래통합당에 관여하면 각종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이다. 언론사 기고 및 칼럼 방송출연, 정부 및 공기업자문위원 및 사외이사등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발주하는 용역등에서 제외되는 것도 감내해야 한다. 

윤창현교수의 경우 지난해 가장 먼저 미래통합당에 영입되면서 기업 사외이사를 사퇴했다. 각종 칼럼기고등도 중단됐다. 그는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당에 헌신했는데, 당선권밖에 배치된 것에 대해 섭섭해하고 있다. 사명감으로 참여하고 자원봉사한 학자들은 미래한국당 공천배제에 대해 무척 침통해하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학계를 배제한데는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의 독특한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성공스토리가 있고 돈을 벌어본 실물 및 금융분야 인사를 선호했다. 이런 가이드 자체는 별 문제가 없다. 그래도 비례대표에는 포트폴리오측면에서 실물뿐만 아니라 경제통, 경제학자도 포진시키는데 바람직하다. 

학계에선 공위원장의 강한 소신과 학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주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자기소신에 치우쳐 정무적 감각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위원장은 평소 대외네트워크와 접촉등을 자제하고, 저서출간과 유투브방송등에 주력했다. 공병호TV는 구독자가 50만명이 넘었다. 하루에 4~5편식 내놓는 열정을 보였다. 우파 유투브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통한다. 그를 지지하는 열렬한 팬들도 많다. 

공위원장은 빗발치는 비판과 불만에 대해 17일 공병호TV를 통해 공천에 반발할 거라면 자신을 공관위원장으로 뽑지 말았어야 했다고 항변했다. 통합당이 보는 눈과 자신이 보는 인재, 그리고 공천위원들이 보는 인재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공위원장은 학계에서도 교제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밤새 책을 읽거나 저술활동을 하고, 유투브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만 100여권이 넘는다. 국내 인사중 최대 저술가에 속한다. 자기 세계안에서 사는 공위원장에게 정무적 감각이 요구되는 공관위원장을 맡긴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동지의식이나 연대의식 등에 중요성을 별로 주지 않는 저술가이자 강연자, 유투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로빈슨크루소’ 같은 삶을 사는 인사에게 중책을 맡긴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미디어펜 이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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