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시가 금융위기 수준의 폭락세를 나타내자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주가방어에 나선 모습이다. 주가 폭락이 연기금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와 추가매수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연기금의 매수종목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에 집중된 모습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금융위기에 필적할 만한 폭락장이 이어지자 연기금이 순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다. 국내 증시 폭락세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2200선을 넘겼던 코스피 지수를 1600선으로 주저앉힌 상태다. 특히 3월 들어 연고점 대비 약 600포인트가 폭락해 시장에 큰 혼란이 야기됐다. 코스피가 1700선 이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1년 10월 이후 무려 8년 5개월만이다.

   
▲ 사진=연합뉴스


‘공포’ 심리가 시장을 지배한 가운데 연기금이 스스로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순매수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 904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중에서 폭락장이 본격적으로 연출된 지난 12일 이후의 순매수 규모만 1조 117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하루에 주식을 5730억원어치 담았다. 이날은 코스피 1800선이 깨졌던 날이기도 하다. 연기금이 이 정도 대규모로 주식을 사들인 것은 지난 2011년 8월 미국 연방 정부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불거졌던 시점 이후 거의 9년 만이다.

지난 12일 이후 연기금은 특히 대형주들에 대한 ‘저가 매수’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연기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3568억원, 1448억원어치 사들여 순매수 규모 1,2위를 기록했다. 두 종목의 순매수 규모가 전체의 약 45%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적인 매수세다. 그 뒤로는 NAVER(568억원), 카카오(430억원), 엔씨소프트(363억원) 등의 순서가 이어졌다.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연기금 중에서도 ‘공룡’으로 손꼽히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최근 주가 폭락이 전체 자산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고, 이에 따라 추가매수 여력이 생겨나 공격적인 주식매입에 나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은 폭락장에 대응하기 위해 ‘증시안정펀드’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에도 당국은 증권협회,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자산운용협회 등과 총 5150억 원의 증시안정펀드를 조성해 4개월 동안 증시에 자금을 투입한바 있다. 이번엔 당시보다 더 큰 규모의 펀드가 조성될 것이라는 예견이 많다.

문제는 2008년 당시 증시안정펀드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금융위기 당시 증시안정펀드의 경우 자금투입에만 한 달 가까이 시간이 소요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최근 같은 급락장에는 연기금들의 즉각적인 대응이 오히려 시장안정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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