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에 따라 국내외 이동을 통제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느닷없는 출입국 통제에 격리된 교민들이 늘어나고, 불안한 교민들이 탈출을 준비하고 있어 재외국민 수송에도 비상이 걸렸다.
먼저 이란에 있던 우리 교민과 그 가족 등 80명을 태운 전세기가 19일 오후4시3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전체 교민 200여명 중 한국국적 68명과 이중국적 및 외국국적의 재외동포 및 그 가족 12명을 포함한 인원이다.
이란의 경우 미국의 제재로 우리 국적기가 바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테헤란에서 두바이까지 이란항공을 이용한 뒤 두바이에서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로 환승하는 절차를 밟았다.
교민들은 한국에 도착하면 경기도 성남 코이카 연수센터에서 이틀 정도 머물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된다. 양성일 경우 병원시설로 이송되고, 음성일 경우 14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중국 우한에 거주하던 한국인, 일본 크루즈선에 탑승한 한국인을 각각 전세기와 대통령전용기로 귀국시킨 적이 있었다. 하지만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교민 철수에 나선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이란은 중국에 이어 이탈리아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상황이다. 이번 이송 이후 이란에는 우리교민 100여명이 남게 된다.
|
|
|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해 모든 입국자에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 시작한 19일 오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한 탑승객들이 발열 검사를 받은 뒤 국내 체류 주소와 연락처를 확인받기 위해 심사장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
코로나19 확산세가 맹렬한 이탈리아에서도 귀국을 희망하는 교민이 늘면서 전세기 이송이 추진 될 전망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밀라노 주재 총영사관이 담당하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350여명을 포함해 우리국민 500여명이 귀국 전세기에 탑승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기편은 현지 한인회와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추진 중이다. 한인회와 대한항공은 이르면 이번주 안에 전세기를 띄울 방침이나 일정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10시간 넘는 비행시간 동안 승객간 접촉을 어떻게 차단할지, 귀국 후 격리조치를 시행할지 등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한항공측은 전세기와 별도로 기존의 이탈리아 직항편을 이용해 우리국민을 수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밀라노 관할지역에서 1편, 로마 관할지역에서 1편 등 2편의 항공기를 마련할지 등을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남미와 동남아에서 국경 봉쇄에 들어간 국가들이 속출하면서 교민과 관광객의 구조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페루가 갑자기 17일 자정을 기해 국경을 폐쇄하고 이동통제를 제한하는 바람에 코이카 봉사단원과 여행 중인 한국인관광객 150여명의 발이 묶인 상태이다. 특히 이 중 절반가량은 수도 리마에서 1000㎞ 가량 떨어진 쿠스코라는 고지대에서 오고갈 수 없게 됐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페루에서 귀국을 원하는 우리 국민은 117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며 “(쿠스코에서) 수도 리마까지, 그 다음으로 페루에서 한국까지 이동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타국의 전세기편을 함께 이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또한 필리핀에서 처음 정부의 루손섬 봉쇄 조치가 나오자 우리국민이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이후 필리핀정부가 ‘72시간 내 출국’으로 번복했다가 이마저 철회하면서 출국 상황이 나아졌다. 정부는 기존 항공편을 대형 기종으로 변경하거나 증편하는 방안으로 대처 중이다. 아직까지 임시항공편 투입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루손섬은 필리핀 인구의 절반 이상인 5700만명이 거주하는 섬으로 우리교민 규모도 5만~6만명에 달한다.
이 밖에도 에콰도르에서도 국경이 폐쇄되고 항공편이 대부분 끊기면서 현지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이 귀국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코이카 봉사단원과 교민, 여행객 등 70여명을 전세기를 통해 미국으로 출국시키는 방안이 추진됐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 상황이 불안정해 계획이 취소됐다.
칠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국가도 국경의 일부 또는 완전 폐쇄 방침을 밝히면서 여행중인 우리국민들이 아직까지 국경이 닫히지 않은 곳을 찾아 돌고 돌아 탈출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19일부로 전세계 국가 및 지역에 대해 ‘여행 유의’인 1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한 상황에서 외교부는 전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로 인해 재외국민이 해당국가의 제한 조치 때문에 난처한 일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기본적으로 일반 항공편으로 가능한 상황에서 최대한 지원하되 불가능하면 임시항공편을 마련해서 투입한다는 방침으로 긴장감을 갖고 수요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이날부터 모든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 시행에 들어갔다. 입국자들은 1대1 발열 체크와 특별검역신고서 제출, 국내 연락처 확인, 모바일 자가진단 앱 설치 과정을 거친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방역 당국에서 특별입국절차만으로 충분한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고, 추가 조치 판단 갖고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