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배우 정준이 악플러를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미래통합당 당원모임으로부터 악플러 신분으로 역고소를 당하게 됐다. 이에 정준은 과거 자신이 쓴 악플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고소 의사를 철회하면서 "난 결이 다른 대인배"라고 했다. 미래통합당까지 나서 자신을 고소하는 데 대해서는 의아심도 나타냈다.

정준은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 대인배라 결이 같고 싶지 않아서. 악플러분들 용서해 드릴게요. 고소 안 하기로 했어요. 전 대인배니까요. 전 같은 프레임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네요"라며 전날 밝혔던 악플러 고소 의사를 철회했다.

   
▲ 사진=정준 인스타그램


이어 그는 "지혜롭게 고소 응원해주셨던 분들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같이 고소하면 제가 지는 거에요"라며 자신의 고소 방침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정준은 "근데 일베 고소했는데 왜 통합당이 움직이지?"라고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준의 고소 및 철회 과정에 미래통합당이 등장하게 된 과정은 이렇다. 

앞서 정준은 지난 18일 자신에 대한 악플러들의 댓글을 캡처해 공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후 일부 악플러들의 악플에 시달리면서도 고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켜왔던 정준은 원색적인 욕설 포함 도를 넘은 악플러들의 공격에 결국 고소 카드를 꺼내며 악플러와 전쟁을 선포했다. 

정준은 "변호사분과 미팅 후 고소하겠다. 나도 공개적으로 하는 거라 끝까지 갈 거다. 내용 다 캡처했다. 지워도 소용없다.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가야겠다"고 선언하면서 "더이상 글로 사람을 아프게 하지 말기를"이라고 악플러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도 날렸다.

그런데 다음날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정준이 악플러 신분으로 고소를 당하게 된 것. 19일 한국경제는 미래통합당 당원모임이 당과 황교안 대표에 대해 악플을 꾸준히 달아온 정준과 21명의 악플러를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정준이 인스타그램 아이디와 일치하는 아이디로 수년간 지속적으로 미래통합당에 악플을 달아온 것으로 보인다. 유명 연예인이라고 해서 특별대우할 이유는 없다. 수차례 예고한 대로 무관용 원칙으로 적용해 나갈 것"이라며 정준 등을 고소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정준은 해명과 사과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먼저 올렸다. 그는 "결이 다르다. 제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들었던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님을 좋아한다고 해서이다. 그것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가족, 사랑하는 사람 사진까지 올려가며... 한 번이 아닌 여러 차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반복해서 고소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고소를 하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 사진=정준 인스타그램


정준은 미래통합당이 고소의 근거로 제시하는 자신이 과거 '악플'들을 캡처해 올리면서 "제가 쓴 댓글에 기분이 나쁘셨다면 공개적으로 사과드린다"고 일단 사과를 했다. 캡처된 과거 정준의 댓글은 미래통합당(전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을 타깃으로 '계속 자르자 자한당', 'X신', '퇴물들'이라고 적은 것들이다.

아울러 정준은 "제가 배우 정준으로 공개적으로 쓴 댓글이 아닌, 국민으로서 조용히 쓰려고 한 건데 그걸 일베에서 찾아서 저라고 해서 알려진 건데..그래도 진심 사과드린다"며 일베와 미래통합당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붙였다.

그는 "근데 이게 제가 고소한 결이랑 같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당에서 나를 고소할 일인가. 저 정도도 고소를 당해야 하나는 거냐"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근데 왜 더블어 민주당은 안하지? 결이 다르다"는 말을 덧붙여놓았다.

이렇게 자신은 '결'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이 글을 올린 후 정준은 "같이 고소하면 제가 지는 거"라며 입장을 바꿔 고소 철회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한편, 미래통합당 측은 정준 등의 악플러 고소 건에 대해 이날 OSEN을 통해 당 차원이 아닌 당원모임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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