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컨슈머워치 "단통법은 예견된 파행, 조속히 폐기해야"

   
▲ 김규태 미디어펜 연구원
단통법이 국민들 사이에서 계속 뜨거운 감자이다. 10월 1일 단통법 시행 이후 2주가 지났지만 소비자, 제조사, 일선 판매점 모두의 피해로 귀결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주도했던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 정책당국자들과 단통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에 단통법으로 인한 단말기 유통 및 스마트폰 시장의 파행을 비판하고 단통법의 조속한 폐지를 위한 취지로,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와 컨슈머워치가 함께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단말기유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30호에서 컨슈머워치 ‧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개최로 열린 단말기유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 <예견된 파행, 무엇을 간과했나>의 전경.

컨슈머워치 및 바른사회 모두, 단통법 시행 5개월 전인 5월부터 지속적으로 단통법의 폐해를 예측했었고, 이를 사전에 비판하는 토론회 및 각종 캠페인을 계속 벌인 바 있다.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30호에서 컨슈머워치 ‧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개최로 열린 단말기유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 <예견된 파행, 무엇을 간과했나>에서 손정식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명예교수가 사회자로 수고했으며,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토론회의 발제를 맡았다.

송정석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와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하여 각자의 의견을 발표했다.

'단통법의 예견된 파행, 무엇을 간과했나'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서두에서 “단통법으로 소비자 간의 차별은 없어졌지만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입하게 되었다”고 밝히며, “단통법이 보조금 지급을 원죄로 삼은 논리상의 당연한 귀결이다”라고 지적했다.

   
▲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30호에서 컨슈머워치 ‧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개최로 열린 단말기유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 <예견된 파행, 무엇을 간과했나>에서 패널로 참석한 송정석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통사들은 경쟁압력이 없어지니 보조금을 법적상한(3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단통법의 최대수혜자는 소비자가 아니고 이통사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제조업체 유통업체,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 교수는 “단통법의 이러한 파행을 초래케 한 것은, 단통법 입법자들 즉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들과 국회의원들의 시장경쟁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어 “분리공시의 시행여부와는 상관 없이, 보조금 공시는 담합을 묵인하는 짜여진 각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분리공시에 대해서는 “분리공시로 제조사의 장려금을 공개하면 이는 영업비밀 공개이며, 제조사의 글로벌 협상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하며, 이어 “분리공시는 과잉금지 원칙을 규정한 헌법 37조 2항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 교수는 “국내단말기 가격이 외국에 비해 고가이고 통신비 고부담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동일사양에 대한 국내외가격을 보면 국내 단말기는 비싸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통사의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요금경쟁을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마지막으로 단통법 정책당국인 미래부에 대해서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단통법 폐지, 혹은 이통사 간의 요금경쟁 촉진이 답이며, 통신요금 문제의 원죄는 미래부 정책당국이 인허가권을 움켜잡은 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교수는 “미래부는 ‘창조적이지 않고 미래도 없다’는 힐난이 왜 나왔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송정석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통법의 여파에 대해서 “단통법은 높은 요금제 소비자에 집중되던 보조금을 다른 사용자에게 지급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정부가 책정한 보조금 상한은 시장수급을 반영하지 못해 시장의 혼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단통법의 대안으로 “단말기 판매 및 유통 구조의 개선을 통하여 요금제를 현실화하는 것이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다”라고 밝혔다.

송 교수는 이어 “특히 저가 요금제 이용자들의 경우 보조금 확대와 요금 할인 중 무엇을 선호하는지를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단통법의 논리와 정당성에 대해서, “단통법은 보조금 지급이 시장 왜곡, 과소비 조장, 자원낭비를 초래하므로, 보조금을 규제하여 이동통신시장의 건전할 발전에 기여한다는 허구적인 논리에 바탕을 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단통법이 경제학 책이나 외국에는 없는 희귀한 논리이며 인기영합적이고 정치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 구매 및 이통사의 판촉에 관하여 “마트에서 아침 일찍 파는 생선 값과 밤늦게 마감할 때 파는 생선 값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비유를 들며 설명하면서, 토론회 청중들의 이해를 구했다.

이어 이 교수는 “스마트폰 구매 및 판촉은 자동차 할인프로모션 행사나 가전대리점의 평면TV 할인행사나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 단통법으로 인해 스마트폰 구매·판매 시장에서는 어떤 이통사도 다른 이통사를 상대로 이러한 경쟁적 행위를 할 수 없게 됐다.사진은 영화 '타짜'의 한 장면
이 교수는 단통법의 규제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며, “시장참여자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고, 기업의 투자는 경쟁에 의해 이뤄지지, 이익금이나 정부규제로 유도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단통법의 피해 여파에 대하여 “오히려 외국 제조사에 비해 국내 제조사를 역차별하고, 경쟁을 억제하여 소비자는 물론, 대리점과 제조사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단통법에 대해서 “단통법은, 포커게임이나 고스톱 판에서 게임 참여자들에게 판돈을 배팅을 하기 전에 패를 까 보여야 한다는 새로운 규칙을 더한 것이다”는 비유로 설명하면서, 배석한 청중 및 기자들의 이해를 구했다.

이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고 자문하면서, 이 교수는 “누구도 상대의 패를 다 보고 나서 판돈을 올려서 배팅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즉 가격인하 경쟁을 멈추게 되고, 단통법이 실질적인 가격고정제로 작동한다는 의미이다.

이 교수는 단통법에 대한 대안으로서 “가격(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 인하가 목적이면 가격과 품질경쟁을 유도하면 되며, 차라리 독과점적 통신사의 반(反)경쟁행위 및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