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이번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자객 공천’이 등장했다.
흔히 ‘표적 공천’, ‘저격 공천’으로 불리는 자객공천은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는데 그 목적이 있다. 주로 대선주자 등 거물급 인사를 상대하기 위해 거물급 인사로 맞불을 놓거나 인지도가 높은 젋고 참신한 이미지의 신인을 내세우는 게 일반적이다.
‘자객’으로 공천된 후보가 승리하면 거물급 인사를 꺾은 만큼 반사이익도 크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당시 노동운동가 출신의 김문수 신한국당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박지원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을 상대로 승리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임종석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이세기 한나라당 의원을 상대로 승리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모두 정치적 체급을 끌어올렸다.
최근 총선에서 가장 유명한 자객공천은 새누리당에서 이뤄졌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부산 사상에서 당시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상대로 20대의 청년‧정치신인 손수조 후보를 내세웠다. 결과는 모두가 예상한대로 손 후보의 패배였다.
20대 총선에서는 이준석 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주인공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상대로 31세의 이준석 후보를 출마시켰다. 이 후보는 “불곰을 잡는 연어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안 대표를 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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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사진=윤건영 실장 페이스북 |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곳곳에서 자객 공천이 이뤄졌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구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역구인 구로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내세우자 통합당은 서울 양천을에서만 내리 3선을 한 김용태 의원을 ‘전략공천’했다.
김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면, 문 정권의 3년 실무 총책임자 자격으로 구로에 오셨다면 구로의 정체와 낙후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와 구로의 미래 비전에 대한 해답은 내놓으셔야 한다”며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선을 한 서울 광진을에서는 오세훈 통합당 후보를 상대로 민주당은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내세웠다. 서울 강서을에서는 ‘문재인 호위무사’로 불리며 청와대 정부기획비서관을 지낸 진성준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통합당이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을 자객 공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상대로 한 통합당의 자객 공천은 결과에 따라 양측 모두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성적표는 곧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해당 후보들이 낙선할 경우 야권에서 제기하는 ‘정권 심판론’이 총선 이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통합당 후보들이 낙선할 경우 현 정부에 대한 야권의 비판 목소리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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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사진=김용태 의원 페이스북 |
자객공천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정면충돌도 성사시켰다.
민주당은 경기 남양주병에 주광덕 통합당 의원을 상대로 김용민 변호사를 내세웠다. 검사 출신의 주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해 야권의 ‘주포’ 역할을 한 반면, 김 변호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검찰 개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검찰 개혁에 힘을 실었다.
서울 동작을에는 ‘판사 대 판사’ 대결이 이뤄졌다. 현역 의원인 나경원 통합당 의원을 상대로 민주당에서는 이수진 후보를 내세운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정에서는 ‘경제 전문가’끼리 한판 승부가 진행 중이다. 통합당이 부동산 정책 전문가인 김현아 의원을 내세우자 민주당은 영입인재이자 ‘실물경제 전문가’인 이용우 후보로 맞불을 지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자객공천은 총선 흥행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지역의 민심을 외면한 무리한 낙하산 인사는 오히려 양측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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