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 곳이 또 다른 데이트 명소가 돼지 않을까요?"

평일 오후 서울역을 찾은 이모(24·남)씨와 전모(23·여)씨 커플은 서울역 고가도로의 공원조성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고조돼 있었다. 만난 지 5개월 밖에 안된 풋풋한 커플은 이 곳이 새로운 도심 속 낭만의 거리로 조성돼 하루 빨리 추억 만들기를 고대하고 있다.

   
▲ 서울시는 지난 12일 오후 12시부터 4시까지 서울 고가도로를 44년만에 시민들에게 개방했다./사진=뉴시스

44년 역사를 이어 온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을 지나는 고가도로가 시민들의 보행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서울역 고가도로, 美 하이라인파크 성공적인 벤치마킹 사례 남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6일 미국 뉴욕을 방문해 하이라인파크를 둘러본 뒤 "서울역 고가도로를 미국의 하이라인파크로 조성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하이라인파크는 1930년 설치된 공중철로로 지상 9m, 길이 2.5km의 구조물로 지난 1999년 공원공사에 착수, 성공적인 공원화를 통해 연간 40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은 뉴욕의 명소가 됐다.

시는 이러한 발표를 한지 불과 2주만에 즉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2일에는 공원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시민들에게 고가도로를 개방, '걷기 행사'를 벌이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였다.

직접 걷기 행사를 통해 서울 고가도로를 이용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석정(45)씨는 "도심 속에 이러한 공원이 조성된다면 충분히 세계적인 관광명소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며 시의 행정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종로구에 사는 안모(36)씨 역시 "역사를 안고 있는 고가도로들이 계속 철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원화 조성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서울 고가도로 공원화 조성을 위해서는 불협화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혼잡 문제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과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평소 교통량 1000여대 해소 방법 어디 있나?...생계 위협받는 상인들도 '시름'

최근 서울 중구청 서울역 고가 교통량 조사에 따르면 서울 고가도로 양방향 통행량이 시간당 1000대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퇴근 시간(오전7~9시.오후5~7시) 사이에는 무려 1만여대가 오가는 등 상당수 차량이 서울 고가도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평일 오후 3시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차량들이 서울 고가도로를 통행해 서행이 반복됐다.

서울역 인근은 평일에도 교통이 혼잡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실제로 평일 오후 2~3시에 서울역 고가도로에는 출퇴근 시간이 아니었지만 상당한 차량들이 통행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택시를 운영하는 주모(62)씨는 "고가도로가 공원으로 조성될 경우 평일에도 혼잡한 서울역이 교통대란으로 몸살을 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 고가도로와 뉴욕 하이라인파크는 절대비교가 불가능한 모델로 차량통행 등에 있어서는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자칫 실패한 사업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생계 위협도 문제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 고가도로는 서울 서부권 시민들이 남대문 시장으로 접근하는 주요 길목으로 폐쇄시 상권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남대문 시장 상인들 역시 걷기 행사가 열린 지난 12일 '대체도로 없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지역경제 무너진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가하는 등 공원화 조성에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서울 고가도로 찬반 논란이 가열되자 박원순 서울 시장은 "원래 철거가 계획된 길이었기 때문에 여러 대비책을 마련했다"며 "교통과 관련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가도로 공원화로 가장 이득을 보는 분들이 이 지역분들"이라며 "다른 큰 사업처럼 반대가 있겠지만 결국 지역재생에 도움이 된다는 걸 지역분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