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객관적 수치로 판세 가늠하는 유일한 창구
유동폭 너무 넓어 '여론조사 무의미 시대' 지적도
[미디어펜=손혜정 기자]4.15 총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심과 판세를 가늠하는 여론조사가 정확·신뢰도의 문제로 가일층 논란이 되고 있다.

여론조사는 유권자와 후보, 정당 등에 있어 '객관적 수치'로 정치 지형을 읽을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창구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다극화 정치의 시대에선 여론조사가 너무나 유동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6일 언론매체 쿠키뉴스와 공영방송 KBS는 비례정당 지지 및 선호도와 관련해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쿠키뉴스가 의뢰해 '조원씨앤아이(조원C&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미래한국당이 우세했고, KBS 의뢰의 '한국리서치' 조사에선 더불어시민당이 오차범위 내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했다.

조원C&I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약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어느 정당, 세력, 단체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33.5%가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자매정당)을 꼽았고, 더불어시민당(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는 범여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은 26.3%의 지지를 얻었다.

   
▲ 제21대 총선 투표 독려 영상./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어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주도하는 여권 계열 열린민주당은 13.6%를 얻었다. 더시민당과 단순합산할 경우 범여권 비례정당은 33.9%p로 한국당과 오차범위 내 소수점 차이로 접전을 벌이게 된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6.2%, 친박신당은 2.7%의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반면 한국리서치가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을 조사한 결과에선 더시민당이 21.2%로 한국당(19.0%)과 오차범위 내 경합했다. 이어 정의당이 5.7%, 열린민주당 4.0%, 국민의당이 2.6% 등의 순으로, 비례대표 정당 지지 순위가 전자와는 다르게 나타났다.

여론조사가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정부여당 총선에 최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게 각종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굳건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설명 가능한 영역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체감하는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 여론조사에 제대로 반영되는지 신뢰도와 정확도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역대 총선 여론조사도 개표 결과와 어긋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여론조사를 못본 척 할 순 없어도 신뢰를 보내는 것 또한 매우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부터 2016년 20대 총선까지 '압승'이 예상된 여당 혹은 야당이 실제로는 역전된 결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총선에선 압도적 지지율이 집계된 여당(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어 123석을 얻은 민주당에 1당을 빼앗겼고, 2012년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야권은 '압승'을 예상한 여론조사와 달리 새누리당에 참패했다.

   
▲ 지난 2016년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은 과반석 확보를 자신했지만 결과는 원내 제1당 사수 실패였다./사진=미디어펜

여론조사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과거 '덕이 많은' 사람의 이미지가 쭉 유지됐던 것에 비해 오늘날 '정치적' 이미지는 매우 불분명하다"며 "매스미디어, 환경, 이미지 등 여론이 다극화된 시대에서 유권자들의 표심 변동폭이 넓어졌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여론조사가 너무나 유동적으로 바뀌어 일괄적인 정확도가 떨어지고 신뢰도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통합당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은 최근 공표되는 여론조사들에 여권 지지자들의 응답이 과도하게 반영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여연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일 땐 응답자 비율이 범여권 지지자가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서울 격전지 중 한 지역구에서 신인 정치인에 열세 또는 접전의 여론조사가 나타난 한 통합당 중진 의원 측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상대 후보를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민주당세가 너무 강해 당의 후광으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체감하는 현장 바닥 민심은 상대 후보 자체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쿠키뉴스 의뢰의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대한민국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유선전화 12%+휴대전화 88% RDD 방식, 성·연령·지역별 비례할당무작위추출)를 실시한 결과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KBS가 의뢰하고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지난 21~23일 사흘 동안 전국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10.1%)와 무선전화(89.9%)를 병행한 면접조사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21.2%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다.

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