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청와대가 19일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식방문 중에 가진 나폴리타노 대통령 및 마테오 렌치 총리와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사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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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뉴시스 |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나폴리타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 핵 및 무력도발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다만 북한의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추진중으로 독일 통일이 유럽통합에 기여하듯이 한반도 통일은 북핵 및 기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이 남북분단 70주년이 되는 해로 이산가족 발생 등 분단의 비극이 지속되고 있음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비극을 끝내기 위해 우리는 통일을 준비 중이며 이를 위한 이탈리아 정부의 신뢰와 성원, 지지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동북아 지역의 갈등과 관련해서는 "불신과 갈등으로 점철된 동북아에 다자협력협의체가 없는 상황으로 다자협력을 통해 과거의 대립을 화해와 협력의 구도로 전환한 유럽의 사례는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면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 정책방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모든 국가는 북한 문제를 공통의 관심사로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또 동북아 갈등에 대해 "국가주의와 국방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유럽통합과 평화를 이뤄냈다"며 "비록 석탄과 철강으로 인해 독일과 프랑스가 전쟁을 치뤘지만 평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려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한반도에서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정 추구 의지를 재확인했다"면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서도 이탈리아측은 유럽통합의 경험을 설명하며 이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이탈리아가 2008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경제위기 및 높은 실업률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경제성장을 위한 한국의 비전도 문의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한국도 경제위기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고 구조적인 위기도 있다"면서 위기극복을 위해 정부가 추진중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소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튼튼한 경제적 기초를 다지기 위해 현재 공공부문의 방만한 운영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며 "내수 및 서비스산업 진작을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도 시행중인데 이는 이탈리아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개혁 및 혁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공공부문 개혁은 국영기업의 비중이 큰 이탈리아에게도 중요한 문제로 국영기업의 방만한 운영으로 초래되는 국가부채가 과도한 상황"이라며 "국영기업이 무조건 좋다는 선입견을 버려야할 때"라고 호응했다.
박 대통령은 이탈리아 렌치 총리와의 만찬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의 통일추진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신뢰가 필요한데, 특히 EU(유럽연합)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지원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렌치 총리는 "한국의 대북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면서 "통일은 지리적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 품위와 관련된 문제"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 경제협력과 관련해 "이탈리아의 패션·섬유·디자인 등 명문 장수기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생활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한국의 기업과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초과학·원천기술 분야에 강점이 있는 이탈리아 기업과 자동차·반도체·정보통신 등 생산·응용 기술에 강점을 보유한 한국 기업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렌치 총리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로부터 '메이드 위드 코리아(Made with Korea)'로 협력이 확대돼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11월 호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재회를 고대한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탈리아 정상들과의 회담 전에는 로마에 있는 바티칸시티 교황청을 방문, 지난 8월 방한에 대한 답례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해 단독면담도 가졌다.
이날 면담에서 박 대통령은 남북 분단에 따른 문제들의 궁극적 해결방안인 한반도 평화 통일이 하루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교황의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족은 때때로 다툴 수 있지만 언제든 화해하고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면서 한반도에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방문 이후에 그렇게 되도록 지금도 기도하고 있다"며 "동북아 평화와 화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