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국내 증권사들이 전통적인 위탁매매수수료(브로커리지)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투자은행(IB) 중심의 수익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최근 불거진 금융위기급 주가 하락이 증권사들의 신(新) 수익모델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적어도 올해 1분기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으로 인해 브로커리지 수익이 증가하고 IB부문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외 증시가 극도로 높은 변동성을 보여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로커리지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가가 폭락한 이후 언젠가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대량 유입됐기 때문이다.
|
|
|
▲ 사진=연합뉴스 |
통상 주가지수 폭락은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 상황으로 연결되지만 올해의 경우 상황이 독특하다. 주가 폭락을 야기한 것은 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고 개인은 외인이 던진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20일 넘게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은 약 12조원 규모에 달한다. 한편 개인투자자들은 약 11조원어치를 매수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은 예년 수준 혹은 예년 이상의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시장의 지난 3월 일평균 거래대금을 보면 9조 95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4조 9000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수준이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수도 3개월 동안 117만 계좌가 늘어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을 보였다. 즉, 실제로 주식거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업계 안팎에서는 브로커리지 수익의 증가세가 예상되는 점에 대해 ‘불행 중 다행’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이 장기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신 수익모델과는 약간의 괴리가 있다. 이미 다수의 증권사들은 IB부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이를 위주로 전사적인 개편을 해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프랑스 라데팡스 지역에 1조 1000억원을 들여 마중가 타워를 인수했다. 원래 계획은 인수 후 3개월 안에 재매각(셀다운) 하는 것이었지만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거래가 계속 늦어지면 미래에셋대우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될 우려가 있다.
이밖에 JB금융그룹도 베트남 증권사 ‘모건스탠리 게이트웨이 증권회사(MSGS)’의 지분 인수 일정이 재차 연기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증권사들의 IB 거래 자체를 무산시키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광산업이 침체되고 부동산 실사를 위한 출장업무가 불가능해지는 등 증권사들의 IB 업무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