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관훈 교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법적제도 미비 한계 드러내"

Ⅰ. 문제의 제기

부실기업의 증가는 개별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의 문제이다. 부실기업의 증가로 인한 설비투자 위축은 경제전반의 성장 동력을 저하시키고, 또한 고용위축 등으로 인해 가계소득 증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국가경제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부실화된 기업을 신속하게 회생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실단계에 이르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상의 어려움으로 부실기업이 급증하면서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하였다. 즉, 이미 부실화된 기업을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를 통해 어떻게 회생시키느냐가 기업구조조정의 주된 임무였다. 하지만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아직 부실단계에 진입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제도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의 워크아웃제도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법정관리제도 등 부실기업에 대한 사후적 구조조정제도는 어느 정도 정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부실단계에 이르지 않은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적제도가 마련되지 않고,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은 많은 문제점을 들어내고 있는 상황이며, 따라서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 바른사회가 21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심재철 국회의원과 함께 개최한 <바람직한 기업 구조조정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발언하고 있는 곽관훈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

Ⅱ. 자율협약의 의의 및 한계

자율협약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부실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과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협약을 맺어 실시하는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일시적 자금지원을 통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의 경우,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채권단과의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채권의 회수를 가장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즉, 채권단은 기업이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도록 기다려주기 보다는, 신속한 채권확보를 위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업회생 및 유지라는 기업구조조정제도의 본래적 목적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의 구조조정을 자율협약에 맡긴 이유는 기업의 경영 판단을 존중해주기 위한 것이다. 기업 스스로 충분히 회복할 능력이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강제적인 법정관리나 워크아웃보다는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실질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협약이 그 본래적 기능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Ⅲ. 개선방안 : 사전적이고 자율적인 구조조정시스템 구축

1. 사전적 구조조정제도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존속에 필요한 적정 규모의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수가 계속증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기업이 부실단계로 진행되지 않고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물론 현행 자율협약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채권단의 주도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특히 그 과정에서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면 경영진은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DIP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정관리를 선택하기 위해 부실화를 방치할 수도 있으며, 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기존의 자율협약을 대신하여 기업의 사전적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입법례로 참고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이다. 동법은 부실기업이 아닌 정상기업이 구조조정을 하고자 하는 경우 활용할 수 있는 법률로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2. 사전적 구조조정시스템의 기본방향

기존의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대상은 아니지만, 유동성 위기 등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구조조정제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동 제도를 마련함에 있어 주의할 점은 기업 주도의 자발적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기업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경영진이다. 따라서 경영진이 스스로 가장 필요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감독과 통제보다는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기업 사업전환 촉진에 관한 법률’의 경우, 경영상 어려움으로 사업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에 대해 상법상 절차의 간소화, 금융지원,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 즉, 적절한 지원책을 통해 기업이 부실화하기 전에 사업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동법은 기업이 스스로 작성한 사업재편계획에 대해 주무부처의 승인을 얻는 경우 절차간소화 및 금융, 세제지원 등의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실기업의 경우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일시적인 위기에 빠진 기업에게는 스스로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사전에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Ⅳ. 정리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기업구조조정에 관한 제도도 적절한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부실화된 기업의 사후적 구조조정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부실단계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적 구조조정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사전적 구조조정의 한 방법으로서 자율협약이 활용되고 있지만, 최근 나타난 사례에서 보듯이 본래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전적 구조조정이 갖는 본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진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에 필요한 인센티브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이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그 구조조정이 실현되는데 장애가 되는 제도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업구조조정(corporate restructuring)은 기업의 기존 사업구조나 조직구조의 기능 또는 효율을 높이려고 실시하는 구조개혁 작업이다. 기업구조조정의 취지에 맞게 부실기업의 회생절차가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면 시장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기업의 손실은 주주, 경영자, 피고용자 및 채권자에게 파급되며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와 사회 전체에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선제적으로 부실한 부분을 정리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 등 국가 기관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개입되면서, 경영 정상화보다 채권회수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현행 기업 구조조정 제도 운영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21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심재철 국회의원과 함께 <바람직한 기업 구조조정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가 사회로 수고했으며,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패널로는 곽관훈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 박양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가 참석하여 토론을 벌였다.

토론자로 나선 곽관훈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는 <사전적 구조조정제도>의 필요성에 대하여 밝히며, “지금까지의 기업구조조정 제도가 사후적 구조조정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부실단계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적 구조조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이어 “사전적 구조조정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진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구조조정제도의 법제화에 대해서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대상은 아니지만 유동성 위기 등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기업 주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제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곽 교수는 “해당기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경영진이므로 경영진이 스스로 꼭 필요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감독-통제보다 적절히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위 글은 곽관훈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