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건설부동산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올 상반기 서울 재건축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3주구(이하 반포3주구)가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은 무려 17개 동, 2091가구를 신축하는 대규모 정비사업으로 조합이 제안한 공사비만 8087억원에 달한다.

첫번째 잡음은 1차 입찰에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있었다. 조합은 지난 2018년 수의계약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사업비 등의 문제로 갈등이 깊어지며 결국 우선협상 지위를 취소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이에 따른 법적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2차 재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반포3주구는 또 다시 기이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조합은 지난달 25일 시공사 재선정 입찰 현장 설명회'를 개최했고, 2015년 이후 정비사업 시공사 수주전에서 자취를 감췄던 삼성물산이 참여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긍정적 화제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삼성물산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조합이 삼성물산을 위해 작위적으로 입찰조건을 완화시켜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조합은 입찰마감을 열흘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이사회를 열고 입찰지침을 변경했다. 2일 오후 긴급이사회를 공지하고 다음날인 3일 오후 '입찰지침서 질의 회신의 건'을 상정해 전격 통과시켰다.

이사회 소집공고 바로 다음날 의결까지 일사천리로 처리됐다는 점도 이례적이지만 도급 공사비를 최대한 낮춰야 하는 조합이 건설사에게 공사비를 인상시킬 수 있다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에 대해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석연치 않은 입찰지침 변경의 시작은 GS건설이 반포3주구 조합에 입찰제안서 내용을 질의하면서 부터다. GS건설은 공사비에 포함해야할 지하철 연결통로 등 13개 항목에 대해 시공사가 금액 한도를 제시할 수 있고, 입찰지침의 마감재 기준 등을 변경해 제안 가능한지를 조합에 물었다.

이에 조합은 이사회를 열고 '공사비 산출에 반영되는 모든 마감재와 기반시설 설치 공사비 등 모든 항목에 있어 시공사에서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시하기 바란다'고 회신했다. 사실상 '비용 관련 모든 항목'을 변경할 수 있도록 입찰 기준이 완화된 것이다.

반포3주구 입찰지침서에 따르면 입찰 참여 안내서 상의 참여규정 및 제반 조건을 위반 시 '입찰무효'이다. 실제로 갈현1 재개발 구역에서 현대건설은 입찰지침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찰보증금 전액을 몰수 당했다.

이에 대해 일부 조합원들은 삼성물산이 반포3주구의 까다로운 입찰조건을 맞추지 못한 채 보증금 몰 수 등 극단적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 GS건설을 앞세워 입찰지침 변경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삼성물산은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앞둔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의 공사비 인상을 위해서도 반포3주구의 공사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제시한 래미안원베일리의 인상된 공사비는 반포3주구의 공사비 상한선 3.3 당 542만원을 훌쩍 뛰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3주구의 공사비를 높일 수 있다면 삼성물산이 래미안원베일리 조합원들을 설득할 명분이 생기게 된다.

반포3주구 최종 입찰에 참여가 불투명한 GS건설이 굳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GS건설은 삼성물산과 함께 현장설명회에 참석했지만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앞서 GS건설은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할 경우 조경 공사 시공권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 넘겨주기로 약속한 상태다.

이번 입찰지침 변경은 기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소송전에도 조합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조합은 1차 입찰에서 HDC현대산업개발과 공사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시공사 지위를 박탈한 반면 2차에서는 입찰지침 완화해 건설사들의 공사비 인상의 빌미를 제공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추가 소송까지도 예상되는 이유다.

논란 끝에 다시 시작된 반포3주구 시공사 입찰이 또 한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더 이상의 사업지연은 조합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성공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더욱 신중해야할 시점이다. 입찰지침 변경을 비롯해 크고 작은 모든 재건축 절차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토와 검증이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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