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오는 13일부터 전세계 외국인에게 이미 발급한 단기비자의 효력을 잠정 정지하기로 했다. 우리국민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국가 90개국을 대상으로 비자면제 협정 및 무비자 입국도 잠정 중단한다.

이 같은 내용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후 외교부와 법무부가 9일 “외국인 유입을 감소시킴으로써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고, 방역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는 모두 148개국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 국가 중 현재 한국과 일반여권에 대해 사증면제협정을 맺고 있는 나라는 66개국이다. 외교·관용 여권까지 포함하면 모두 109개국이다.
 
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3개국, 중남미에서 브라질, 멕시코, 페루, 칠레 등 25개국이 해당된다. 유럽연합(EU)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 가입국 중 슬로베니아를 제외한 25개국도 포함된다. 이 밖에 뉴질랜드, 이스라에르 카자흐스탄, 터키, 모로코 등도 해당된다.

또한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상호주의 등에 따라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나라도 47개국에 달한다. 미국, 캐나다, 호주를 비롯해 일본,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이다.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 국가, 즉 한국과 비자면제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 중 한국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 영국,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일본이 한국에 대해 사증면제 조치를 중지하기로 하자 ‘상호주의’를 내세워 일본에 대해 취한 조치와 동일하다. 

그러나 이미 모든 외국발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2주간 자가격리’가 시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또다시 뒤늦게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정세균 국무총리./국무총리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에도 후베이성을 거친 외국인에 대해서만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당시 후베이성처럼 확진자가 300명 이상인 곳이 6개 성에 달했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이 76만여명의 동의를 받았지만 정부는 꿈쩍도 안했다.
 
이번 조치에도 중국의 경우 비자면제협정 및 무비자입국 적용 국가가 아니지만 모든 외국인의 기존 단기비자 효력도 정지되면서 중국인에 대해서도 입국 제한이 강화됐다. 하지만 이미 중국은 지난달 28일부터 기존 유효 비자 및 외국인 거류허가증을 소지한 외국인의 입국을 잠정 중단한 상태이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조치가 중국에 대해선 한국인 등 외국인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지 2주가량 지난데다가 중국에서 이미 확진환자 증가세가 꺾인 상황이어서 유의미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최다국인 미국이나 영국이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 점에서도 여전히 우려가 남는다. 

정부는 그동안 ‘중국 후베이성을 거친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와 4월 1일부터 시행한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입국자에 대한 2주간 의무 격리’ 이외에 추가 입국제한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국내 첫번째 확진자(중국인 여성)가 발생한 이후 74일  만에 정부가 ‘입국금지’ 조치를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정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개방성이라는 근간은 유지한다고 했다”면서 “이번에도 좀 더 타이트하게 국내 유입 흐름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사증면제 및 무사증입국을 정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일관된 정부정책은 국내 유입 흐름을 통제하지만 전면적 입국금지는 안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며 “사증을 받으면 당연히 한국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입국 자체가 봉쇄된 것이 아니므로 기존 정책과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뒤늦게 국민 요구를 수용하는 제스처만 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영국, 중국이 제외됐다는 점에서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이 남아 있는 만큼 진정성에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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