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신백훈 농협대학교 겸임교수 |
중국 진시황하면 떠오르는 게 분서갱유(焚書坑儒) 등 폭정을 펼친 군주라는 것이다. 어떻게 책을 태워 버리고, 학자들을 구덩이에 생매장을 할 수가 있나? 그리고 불로장생의 불로초를 구하려고 서복을 제주도 등지에 보냈다고 하니 바보 아냐? 그래서 영원히 역사에 남을 나쁜 일을 한 군주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다.
하지만 7개국으로 분리된 중국을 역사상 최초로 통일을 이룬 진시황은 매우 명석하고 박력(迫力)과 매력(魅力)이 있었다. 보통사람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축객(逐客)사건!. 즉 외국출신 관리 객경(客卿)을 쫓아내려던 사건에서다.
당시 통일 이전의 진(秦)나라는 외국출신일지라도 인재들을 많이 등용하여 개혁을 실행했기에 부국강병을 이루고 있었다. 따라서 주변 6국보다 월등하게 국가 경쟁력이 성장하였다. 그런데 개혁에는 항상 기득권층의 반발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진(秦)의 귀족들의 불만이 외국출신 관리 간첩사건을 핑계로 왕을 부추겨서 만들어낸 것이 축객령이다. 이때 나중에 진시황과 함께 통일대업을 이룬 이사(李斯)도 초나라 출신이라서 예외 없이 쫓겨난다.
초나라로 귀국하던 중에 억울하고 울화가 난 이사(李斯)는 진왕(秦王)영정(嬴政:나중 진시황이 됨)에게 편지 한통 보낸다. 편지를 받아본 진왕은 즉각 축객령을 취소하고 복귀시키게 되니 그게 유명한 「간축객서(諫逐客書)」(축객령에 대해 간한 글)이다. 고금으로 왕명을 취소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로 거의 불가능인데 과연 무슨 내용과 힘이 있었던 것인가? 사실을 근거로 한 명분과 논리로 진왕의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다.
포부, 안목, 도량의 리더십
축객령의 세 가지 잘못은 객경의 공을 무시하는 것이며, 유능한 인재를 경시하는 것이며, 적국인 6국을 돕는 결과인 것이라고 하였다.
첫째, 진나라가 강대해진 것은 개혁법을 만든 상앙 등 그 동안 객경들의 공이 있어서인데 추방하다니, 유공자들을 의심하고 무시하는 것이 된다.
둘째, 왕은 외국 생산 보물(화씨벽 등)과 외국 출신 많은 미녀들은 국적을 안 가리고 아끼고 총애하면서 인재들은 국적을 가리는 것이 말이 되냐? 미인(美人)은 외국인도 무한정 받아 즐기면서, 인재는 출신을 따지다니요?
셋째, 축객은 결국 이 인재들이 다른 6국으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재능을 발휘하여 그 나라를 도와주게 된다. 그러면 진(秦)이 이루려는 천하 통일에 무슨 도움이 되냐?
|
|
|
▲ 중국의 10대 명승지중의 하나로 세계 제8기적이라고 불리우며 유네스코 세계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된 진시황병마용박물관. |
졸렬(拙劣)한 처사라고 당당히 쓴 이사(李斯)의 편지가 아무리 명문장이라 하더라도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왕영정이 지적사항을 전격 수용한 것이다. 왕명을 취소한다는 것은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보통 사람도 과오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지위가 높을수록 더욱 어렵다. 하물며 군주가 한번 내린 명령을 취소한 것을 보면 진왕은 대단한 인물이었다.(통일 후 폭군으로 변한 것은 별도 문제)
학자들은 진왕영정이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 원인으로 포부, 안목, 도량, 세 가지를 말한다. 즉, 천하통일을 이루겠다는 포부! 이사(李斯)라는 인물을 알아보는 안목!,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건의를 수용하는 큰 도량! 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문성, 협치, 포용의 정치
새로운 제주도 원희룡도정에서 전문성과 협치를 내걸고 있다. 인재등용을 지연, 혈연, 학연을 떠나서 전문성 위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영논리, 지인, 친소관계를 넘어서서 널리 인재를 포용하겠다는 열린 마음의 협치는 통 큰 도지사의 철학으로 공감한다.
문제는 대장부다운 실천이다. 제주도의 발전이 대한민국에서, 나아가 세계에서 본보기가 되는 큰 꿈의 이룸도 실천하기 나름이다. 아무쪼록 전문성과 협치가 빛을 발하기를 국민과 함께 기대한다. 큰 포부가 있기에 지지한 도민을 잊지 말고 초지일관 실천할 것을 믿는 마음 간절하다.
아울러 중앙정부인사에서도 낙하산, 보은 인사 논란이 있다. 그게 인정이 되려면 최소한의 전문성, 인성적합성을 감안해야 한다. 제발 인사문제로 지지한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게 대통령 측근들과 해당자들이 심사숙고해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세워주기 바란다. /신백훈 농협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