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항공업계 존폐위기, 정부는 신속 지원하라!"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전국연합 노동조합 연맹 등 항공업계 노조가 14일 청와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존폐 위기에 놓인 항공업계의 현실을 호소하며 정부의 강력하고 신속한 지원을 촉구했다.

이날 최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항공기가 멈추면 항공사에 적자가 발생하지만 정부의 해외 여행 자제와 입국 자제안을 적극 수용했다"며 "국가 정책엔 후속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항공업계는 현재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 탓에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는 정책 결정권자의 복지부동 탓"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책을 정부 당국이 미루는 것은 당장 숨 넘어갈 응급 환자에게 수술비를 낼 여력이 있는지부터 묻는 것과 같다"며 "일단 항공산업을 살리고 나서 항공사의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또 "모든 산업이 그렇듯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으며, 항공업 특성상 한번에 수백명을 수송하기 때문에 안전에 초점을 맞춰 모든 서비스 과정이 정교하게 맞물려야 한다"며 "국적 항공사가 도산한다는 것은 국가적 손실임과 동시에 자존심을 잃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전 국민적 관심을 촉구했다.

임국권 아시아나에어포트 노동조합 위원장은 "항공업 종사자들은 3월부터 자리 보전 가능 여부 대한에 고민에 빠져있는 등 고초를 겪고 있다"며 "하루 빨리 항공산업의 정상화가 가능해지도록 정부 당국의 많은 지원을 부탁한다"고 언급했다.

한태웅 에어부산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인천공항은 이용객이 95%이상 감소하여 공항이 아닌 항공기 주기장 역할을 하는 처지가 됐고, 각 항공사들은 적자에 허덕이며 서둘러 전 직원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고 운을 뗐다.

한 위원장은 "더 큰 문제점은 글로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언제 진정될 수 있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항공산업은 고유의 특성상 여러 분야의 수많은 직종과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다"며 "한 항공사의 도산은 직접 고용된 직원들 외에도 계약 관계에 있는 수많은 조업사들과 해당 조업사의 하청 업체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항공산업 각 분야의 업무들은 항공안전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도의 훈련과 경험이 요구된다"며 "전문가들을 양성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며, 이들의 고용안정이 위협 받을 때 우리나라 항공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에 대한 신속한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도 뒤따라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번 항공산업의 위기는 전세계적인 코로나 확산에 따른 국가간 이동제한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며 "과거 부실 경영으로 위기에 빠진 다른 산업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으며, 사태가 진정되면 언제라도 정상근무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국 74조원, 프랑스 60조5000억원, 독일 무한대, 싱가포르 16조5000억원 등 해외에서는 금융지원대출 지원·직접보조금·세금 면제까지 전방위적인 지원대책이 잇따르고 있어 정부 당국 역시 국책은행 차원 금융지원·대(對)시중은행 대출보증·세금 감면·임금보조금 지급 등 항공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금융지원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항공기 운항 중단으로 신음하는 공항지역의 모든 조업사까지 정부지원을 확대해 붕괴 직전의 항공산업 전반을 지켜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종사 노조 연맹은 이스타항공 오너 일가에 대한 경영부실 책임과 직원 고용안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정배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코로나 사태로 가장 먼저 이스타항공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 실질적인 오너인 이상직 전 대표는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오너 가족들은 지분매각으로 현금을 챙기며, 정부는 대출을 막고 구조조정을 부추기며, 아무 잘못 없는 직원들만 회사에서 쫓겨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 부위원장은 "가장 먼저 경영 부실과 위기대응에 실패한 오너일가가 솔선수범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사회 지도층답게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 대해 모든 항공사들에게 공평하고 합리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항공사로 하여금 자구노력을 하라는 것은 결국 구조조정을하라는 압박인데, 지금은 조건 없이 전 항공사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항공사 휴업사태 장기화에 따른 조종사 자격유지 조건이 한시적으로 완화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항공사 휴업사태가 장기화 되고, 해외 입국이 불가해지며 일부 기종의 경우 모의훈련장비(시뮬레이터)를 통한 훈련이 불가능해졌다"며 "휴업이 5월을 넘겨 장기화 될 경우 상당수의 조종사들이 자격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UAE의 경우도 최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사 조종사들의 자격유지 조건을 4개월간 자동 연장하는 정책을 시행했다"며 국"토교통부는 각 항공사별 휴업상황과 전망·훈련장비 현황 등을 전수 조사해 미래에 닥쳐올 조종사들의 대량 자격상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상조업사·협력사 모임인 전국연합 노동조합 연맹의 조상훈 한국공항 노동조합 위원장은 "항공사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는 정부의 정책은 처음부터 잘못됐다"며 "특별고용유지 대상은 300인 이하로 규정돼 있는데, 지상조업사와 협력사들 중엔 이에 해당하는 곳이 단 1개사도 없어 2차 벤더사들은 실업급여라도 타도록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시행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외에도 "우리 지상조업계에선 2000여명이 권고사직 처리 됐는데 5월이나 6월까지 간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항공업의 씨가 마를 것이 불 보듯 뻔해 한시적인 해고 제한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김용범·최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공동위원장 △김영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 △곽상기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 △한태웅 에어부산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 △공정배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박준 제주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 △조상훈 한국공항 노동조합 위원장 △이금숙 월드유니텍 노동조합 위원장 △임대순 EK맨파워 노동조합 위원장 △이상호 케이텍 노동조합 위원장 △이일구 전국연합 노동연맹 사무처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