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탐험 (28)- 동반자는 언제나 스승
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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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
공자가 말했다.
“세 사람이 함께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그 좋은 사람을 가려 그를 따르고, 좋지 않은 사람의 행동은 거울삼아 나의 행동을 고치도록 한다.”
공자가 제자 안연(顔淵)에게 말했다.
“나라에 등용이 되면 나아가 도로써 정사를 행하고 버려지면 물러나 조용히 들어앉는다는 것은 오직 나와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자 자로(子路)가 물었다.
“스승께서 삼군을 통솔하게 되신다면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이에 공자가 말하기를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으려 덤비고 맨발로 걸어서 깊은 강을 건너려고 하다가 죽어도 뉘우치지 않는 그런 무모한 인간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 반드시 어려운 일을 당하면 두려워하여 조심하며 충분히 계획을 세우고 신중히 행동하여 일을 성취하는 사람과 함께 할 것이다.”라고. (『논어』중에서 )
자기 실력대로 스코어를 내기란 쉽지 않다. 골프라는 운동은 워낙 상대성이 강해 누구와 라운드 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스코어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대개는 핸디캡이 낮은 사람과 치면 덩달아 스코어가 좋아지고 반대로 초보자나 구력만 오래고 늘푼수 없는 골퍼와 라운드 하면 함께 형편없는 초보자가 되고 만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의 분위기에 전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한 한 동반자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자세로 임하면 반드시 골프가 달라진다. 훌륭한 기량과 좋은 매너를 갖춘 고수라면 스승으로 모시고 배우기에 더할 나위가 없지만 한 수 아래의 동반자라 해도 반드시 그에게서 배울 것은 있기 마련이다. 상대방이 아무리 형편없는 플레이를 펼친다 해도 ‘왜 저런 플레이를 펼칠 수밖에 없는가’를 자문해보는 것으로도 귀중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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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능한 한 동반자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자세로 임하면 반드시 골프가 달라진다. 훌륭한 기량과 좋은 매너를 갖춘 고수라면 스승으로 모시고 배우기에 더할 나위가 없지만 한 수 아래의 동반자라 해도 반드시 그에게서 배울 것은 있기 마련이다. |
“저 친구와 골프 치면 늘 형편없는 스코어밖에 안 나와.”하는 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 대신 내 자신이 다른 동반자들로부터 “저 친구와 함께 라운드 하면 스코어가 좋아진단 말이야.”하는 덕담을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
‘총명한 이가 지혜로운 이를 만나면 마치 혀가 음식 맛을 보는 것처럼 비록 잠깐 동안 가까이 하더라도 곧 도의 깊은 뜻을 깨닫느니라.’ (『법구경』중에서)
‘군자는 남의 아름다운 점을 도와서 이루게 하고 남의 나쁜 점을 도와 이루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소인은 이와 반대다.’ (『논어』중에서)
군자의 도는 골퍼에게도 필요하다.
다음은 여러 부류의 친구를 알기 쉽게 논한 글이다. 출처는 모르지만 친구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글이기에 옮긴다.
친구에는 네 부류가 있다.
첫째 꽃과 같은 친구. 꽃이 피어서 예쁠 때는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꽃이 지고 나면 돌아보는 이 하나 없듯 자기 좋을 때만 찾아오는 친구는 바로 꽃과 같은 친구다.
둘째 저울과 같은 친구. 저울은 무게에 따라 이쪽으로 또는 저쪽으로 기운다. 그와 같이 나에게 이익이 있는가, 없는가를 따져 이익이 큰 쪽으로만 움직이는 친구가 바로 저울과 같은 친구다.
셋째 산과 같은 친구. 산이란 온갖 새와 짐승의 안식처이며 멀리 보거나 가까이 가거나 늘 그 자리에서 반겨준다. 그처럼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마음 든든한 친구가 바로 산 같은 친구다.
넷째 땅과 같은 친구. 땅은 뭇 생명의 싹을 틔워주고 곡식을 길러내며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기쁜 마음으로 은혜를 베풀어 준다. 한결 같은 마음으로 지지해 주는 친구가 바로 땅과 같은 친구이다.
친구에게 나는 과연 어떤 친구로 비쳐질까?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