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국감 불출석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결국 복지위는 김 총재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키로 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대한적십자사를 포함한 3개 기관에 대한 국감을 실시키로 했으나, 김 총재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9차 아태지역회의' 참석을 위한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에서 열린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 대한 국감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 총재의 국감 출석을 거듭 요구했다.

   
▲ 사진출처=뉴시스

먼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김 총재의 출석 여부를 알려달라고 김춘진 복지위원장에게 요구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예정된 일시에 출석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여당 고위층의 협조까지 요청해 어제 연락을 받았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김 총재는 '향후 한반도 상황과 연결돼 매우 중요한, 4년에 한 번 하는 적십자 총회 관계로 어렵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널리 양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7일 오후에 가서 성실히 받겠습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27일에라도 출석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것은 잘 한 일이지만 이 또한 하나의 특혜"라며 "가능하면 오늘 출석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제식 의원도 "김 총재가 보내온 불출석 사유서를 보면 북한의 조선적십자회도 이번 아태지역 회의에 부위원장이 참석한다"며 "우리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를 보내거나 사무총장을 보냈어도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양승조 의원은 "김 총재는 오늘 국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출국을 감행했다. 어느 피감기관의 장이 이렇게 국회를 모욕하고 국민을 무시했냐"며 "김 총재가 출석하지 않으면 당연히 동행명령을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목희 의원도 "피감기관의 장이 감사 일자를 자기가 정해서 국감을 받느냐"며 "김 총재는 민주적 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복지위 여야 간사는 이날 오후 3시까지 김 총재의 출석을 기다려본 뒤 출석하지 않으면 추후 조치를 논의키로 했고, 김 총재는 결국 출석하지 않았다. 김춘진 위원장은 "지금 제가 통화한 결과 오늘은 나올 수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자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김 총재의 불출석을 질타하면서도, 여당은 오는 27일로 대한적십자사 국감 날짜를 조정해 실시할 것을, 야당은 김 총재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것을 각각 요청하며 의견차를 보였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김 총재가 굉장히 잘못했다는 것은 여야 공히 똑같이 지적하는 사항이다. 굉장히 유감"이라면서도 "일정변경 요청서를 낸 것으로 안다. 날짜에 맞춰 국감에 임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우리 국감일정도 27일까지기 때문에 27일로 날짜를 잡아 국감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연합 양승조 의원은 "여러 차례 위원장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반드시 출석해주십사 말씀을 드렸음에도 출석을 안 했다"며 "명확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지금 이 순간 김 총재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국감을 중단한 채 김 총재에 대한 조치에 관해 3시간 동안 마라톤 협의를 벌였고, 김 총재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키로 결정했다. 이날 협상에는 특히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김춘진 위원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국감에 출석하지 않은 김성주 총재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려 한다"며 "김성주 증인이 10월27일 오후 2시까지 이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으면 오후 6시까지 동행 명령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총재는 오는 27일 국감에는 참석할 의사를 이미 보이고 있어, 이날 발부된 동행명령이 집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새누리당 소속 한 복지위원도 "야당에서 동행명령을 집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회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발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총재는 지난 17일 국회를 방문해 국감 불출석을 통보하며 부총재가 대신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김 총재는 김춘진 위원장과 이명수 여당 간사 등은 만났지만 김성주 야당 간사는 만나지 못했다.

이에 관해 김춘진 위원장은 "17일 위원장실을 방문해 국제회의 때문에 출석이 어려우니 부총재가 국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능한 한 와서 받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고, 정식으로 행정실에 서류를 접수하라고 했다"며 "접수 이후 의원들의 의사를 물었고, 이는 '불허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도 "그런 말씀이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결정할 순 없고 위원회에서 논의해봐야 하기 때문에 최종 판단은 별도로 위원회와 협의하는 대로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다"며 "어렵지만 (국회에 와서) 받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17일 김 총재가 김 위원장을 만나고 있고 같이 보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오전 회의 중이어서 갈 수 없다고 했다"며 "만나려는 이유가 뭐냐고 했을 때 특별한 대답이 없었고, 만약 불출석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으면 만날 필요가 없다, 그 정도까지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