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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응 경총 전무 |
우리 제조업의 부채비율이 IMF 직전까지만 해도 396%에 달했다가 외환위기가 끝나면서 110%대로 내려왔고, 이제는 93%를 기록하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의 절반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러한 숫자를 보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하나는 한국의 기업들이 안정을 찾았다는 평가하고 있는 반면에 또 다른 평가는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할 유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투자와 소비의 위축으로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선진국 경기둔화와 엔저로 수출 환경 역시 악화되고 있다. 금년도 2분기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 4.2%로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3분기의 마이너스 5.5%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였고, 금년도 3분기까지 전분기 대비 4분기 연속 0%대 경제성장이 전망되는 등 우리 경제의 역동성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세계시장에서 선전하며 어려운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오던 우리 간판 기업들마저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운 경제상황은 여러 요인에 기인하겠지만, 2000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기업 투자환경 악화가 가장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지난 2000년 이후 우리 기업들의 인건비는 큰 폭으로 상승해 왔다. 연평균 5.6%에 달하는 상용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차지하고라도, 간접인건비에 해당되는 기업의 사회보험 지출은 2000년 약 9조원에서 2013년 40조원으로 연평균 12.3%씩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최근 우리 노동시장에서 강화되고 있는 각종 규제, 예를 들어 60세 정년의무화, 통상임금 범위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압력들은 기업의 고용부담을 심각하게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영판단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엄격한 배임죄 적용과 사회 전반에 만연된 반기업정서는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정신을 가로막아, 제2의 삼성전자, 제2의 현대자동차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 리스크가 있는 대출․투자를 기피하고, 채권 회수에 급급한 금융기관들의 보신주의 등 사회 분위기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모두에서 언급한대로 우리 제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2013년 기준으로 92.9%에 불과하다. 독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미국이나 일본보다 낮은 수준이다.
부채비율이 낮은 것은 경영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나, 바꾸어 생각하면 우리 기업들이 지금의 투자환경 하에서 굳이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안전 지향적인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투자야말로 성장의 원동력이고 일자리의 원천이다. 경제성장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투자 위축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가 실패에 대해 관대하지 못하다면 어느 누가 모험을 하려 하겠는가? 작금의 투자위축 분위기는 이러한 기업 활동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인들의 도전정신과 열정이 재평가되어 존중받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 기업은 물론 외국기업에게까지 규제완화, 세제지원 등 파격적인 우대조건을 제시하며 투자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의에 마침표를 찍고, 반기업 정서를 완화하여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관대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고용률 70%가 가능해진다.
배임죄 적용범위 제한, 무분별한 배임죄 적용 지양, 기업인 사면 등 기업의 사기를 고양할 수 있는 특단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의 회복만이 경제 활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