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중흥, 산업혁명과 근대국가의 파도에 휩쓸려 급속도로 바뀌어 가던 19세기, 한반도에 사는 사람 모두는 조선주자학의 폐해와 사농공상의 신분제, 지주 농노라는 구조적 질곡에 짓눌려 살아왔다. 우리의 조상 모두는 500년 넘게 왕을 하느님으로 모시고 살았던 조선 백성이었다.
30년이 넘는 일제시대를 거쳐 건국 후 66년, 국민 살림이 나아진 건 40년, 대의민주제가 완전히 자리 잡은 지는 27년이 흘렀다.
수백 년 간 수백만 명의 피 값을 담보로 하여 형성된 서유럽․미국의 보수와 비견하기에 우리나라에 보수라는 가치가 온전히 자리 잡을 만한 시간이 지났을지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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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년 전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 당시 기념식 전경. |
지금 이 시대를 바라보자. 우리나라에 인간생명을 존중하고 번영의 길을 향해 가는 ‘한국식’ ‘한국만’의 문화, 결과에 대해 남 탓을 하지 않고 내 탓을 하면서 스스로 바뀌어 가는 성숙된 문화가 존재하는지.
세월호 사고에서 온 국민이 뼈저리게 느끼고 6개월 후 일어난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에서도 재확인되었다시피, 우리에게는 살아가려는 결사적인 에너지만 있으며, 그러한 문화는 전무하다.
모두가 내 아내 내 남편 내 아이 내 가족을 위해서 오로지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아왔다. 급변해 가는 세상에 뒤처지지 않고자 국민 개개인은 각자의 자리에서 경주해 왔다.
솔직해지자.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함께’ 지키고 가꾸며 쌓아온 미덕이 없다.
사람들은 각자의 가족을 위해 땀 흘려 살아가는 가운데 뼈 속 깊이 세상 이치를 느껴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러한 ‘경제구조’와 ‘가족’이라는 가치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이자 에너지였다.
보수의 가치로 내세울 만한 국민 공통의 문화나 정론, 원칙으로서의 정치체제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1) 보수라 여겨지는 사람들 대다수는, 가족을 위해 혹은 나 자신을 위해 땀 흘려 열심히 살아가는 개인들이다.
우리나라에 보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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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좌)와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우). 10월 21일 경기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현장에서 진행된 하중실험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실험 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언론에서 보수라 지칭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보수가 아니라 반공주의에 입각한 애국우파 아스팔트우파이다. 그리고 세간에서 보수 수구 꼴통이라며 힐난하는 ‘극우’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평범한 시민 서너명이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는 상징적인 선언에 대하여 야당 정치인들과 그 지지층에서 ‘극우의 재림’ 운운하였지만, 이는 극우의 본말을 호도하는 언론플레이다.
극우라는 단어를 쓰기 전에,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극우파에 대해 그들이 어떤 의도로 어떤 행동을 해왔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극우는 정치사회적인 의도로 테러 등을 통해 파괴적인 폭력성을 실제로 드러내려는 사람들이다.
진짜 극우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통진당을 비롯한 현재의 정치인들 다수는 과거 운동권 시절, 애꿎은 목숨을 잃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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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된 이석기 의원. 항소심 재판부는 “이석기 의원은 내란을 선동해 대한민국의 민주질서를 실질적으로 해쳤고 이 사건 회합 참석자들이 가까운 장래에 내란범죄를 결의해 실행할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입증 부족으로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라는 것이지 결코 피고인의 행위에 잘못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는 취지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
극좌는 일부 존재한다. 과거 유세 중이던 박근혜에게 커터칼을 그었던 이나,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렸던 통진당 김선동 전의원, 내란선동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현재 재판 중인 이석기 RO 등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2)
극우 혹은 극좌라는 딱지는 함부로 붙이는 게 아니다.
우파의 원론적인 얘기를 하는 이에게 ‘극우’라 지칭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무식함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잘 모르면 공부하면 된다. 하지만 아무런 배움과 성찰 없이 누군가로부터 주워들은 것만 갖고 극우를 운운하는 사람은, 본인 무식에 대한 일말의 부끄러움이 없는 이들이다. [미디어펜=김규태 연구원]
1) 보수라 자임하는 정치인들 다수는 반시장적 포퓰리즘 정책을 입안하기에 바쁘다. ‘보수 정치인’으로 불리우는 이들 대부분이 권력을 잡기 위하여 기회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헌법 상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하지만, 새누리당 출신의 현직 대통령부터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당선에 성공할 정도이다.
보수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새누리당은 국내연구소 및 해외 각지의 평가 기준에 따르면 정책 정강이나 입법 성향에 있어서 중도 좌파 정당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자유경제원의 최근 연구(국회의원 얼마나 시장적대적인가/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에 따르면, 현직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 시장친화지수를 기준으로 중도 우파로 분류된 의원은 136명 중 4명(3%)에 불과했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의원 중 중도좌파 의원이 40.5%, 좌파의원이 58%를 차지한다. 19대 국회의원 중 오직 1.5%(4명)만이 중도 우파적인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2) 극우 극좌의 개념에서, 별의별 이해관계에 따라 사회 현장 각계각층에서 드러나는 파괴적인 폭력 성향 - 광우병 폭력시위, 용산 쇠구슬 시위, 대기업 노조의 죽창 시위, 특수부대 출신 가스통 할배,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각종 시위 - 은 제외한다. 이러한 모습은 엄밀히 말해 ‘테러’가 아니라 ‘시위’의 다양한 변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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