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다니는 데는 설마 그런 곳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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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집이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50가지 진실> 이은경 지음 / 북오션 펴냄 |
어린이집 교사나 원장이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상한 음식을 먹인 사건이 불거져도 대다수 부모들은 이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넘어가도 괜찮은 걸까.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만 0∼2세 영유아의 보육시설 이용률은 2012년 4월 기준 57퍼센트에 달하고, 무상 보육 확대로 어린이집 이용률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국공립 어린이집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민간 또는 가정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그런데 전체 어린이집에서 94퍼센트를 차지하는 민간 운영 어린이집은 과연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곳일까.
<어린이집이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50가지 진실>은 아이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요구르트와 썩은 달걀을 주는 급간식 비리, 어린이들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교육 현장, 원장의 비리와 관련 공무원의 부패 등 어린이집의 충격적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17년 넘게 원장과 대표이사로 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저자 이은경은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순진한 착각일 뿐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대한민국에 정직한 어린이집은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가 폭로하는 어린이집의 행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정원보다 많은 아동을 받거나 아동을 허위로 등록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육료를 빼돌리는 것은 물론 사지도 않은 음식이나 물품을 산 것처럼 꾸며 운영비를 빼돌리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
또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특별활동비와 현장체험학습비를 부풀려 빼돌린다. 평가인증을 받는 날에는 다른 어린이집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빌려오고 문제를 일으킬 만한 소지가 있는 아동(평가 점수를 깎아먹을 만한 아동)은 그날 하루만 원에 보내지 말라고 해서 인증을 통과한다.
각종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는 세세한 방법과 이러한 비리에 공모하거나 불법 행위를 눈감아주는 교사와 공무원들의 실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저자는 단순히 어린이집을 둘러싼 비리와 부정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비리와 부정이 횡행하는 근본 원인을 짚어보고 어린이집 관련 비리를 근절할 대책과 어린이집을 정상화할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선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지 않으면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도, 원장이 생계를 유지할 수도 없는 제도적 모순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어린이집을 열도록 해놓고는 ‘비영리’ 원칙을 들이밀며 원장의 월급 말고는 아무런 수익도 거둘 수 없게 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비리를 절대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무상 보육’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국민들을 기만하지 말고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현실화하거나 자율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 어린이집 설치 비용을 운영자가 다 부담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비영리’ 운영을 강제하다 보니 운영자들은 그 비용을 자기 원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한테 떠넘겨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입학준비금, 원복비, 특별활동비, 체험학습비라는 명목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어린이집이 탈법과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도 운영할 수 있도록 보육료를 현실화하고, 민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모든 부모들에게는 아동 1인당 같은 금액의 바우처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처럼 적정 이윤을 보장해준 다음에도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는 어린이집은 철저히 단속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정호 연세대학교 특임교수는 “오랜 세월 어린이집을 운영한 원장이 내부고발자의 길을 걷기로 한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를,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보육하는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