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석탄과 모래 수출까지 대놓고 할 정도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화 벌이'가 점점 대담하고 가지각색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으로 환적하는 기존 방식을 비롯해 직접 항구에서 물품을 주고받는 '직접 운송'까지 횡행하는 것으로 포착됐다.

이처럼 곳곳에서 제재망이 뚫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는 사실상 무력화됐고, 다양한 회피수법을 통해 북한의 수출입 활동이 지난 1년간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와 AP통신 등 일부 외신이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대북제재위는 보고서를 통해 관련 동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2019년 한해 동안 대북제재 이행상황 및 김정은의 위반 여부를 밝히고 있다. 자체조사 및 회원국 보고를 토대로 작성된 보고서는 총 15개국으로 구성된 유엔 안보리 이사국 승인까지 거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8월 8개월간 최소 4000억원대에 달하는 자국 석탄을 수출하고 모래도 100여차례 하천준설모래를 중국으로 100만톤 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남포항 부두에서 최소 16척, 항구 일대에서 87척이 포착됐고 송림항에서 17척, 송림항 일대에서 17척이 석탄 수출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모래는 황해도 해주와 함경남도 신창의 하천에서 확보된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게 중국 선박으로의 조업권 또한 판매(2018년 기준 1억2000만 달러 규모)했고, 
정유제품 수입은 대북제재에서 규정한 한도 연간 50만 배럴을 훨씬 뛰어넘어 최소 3~8배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가 밝힌 북한의 제재 회피수법은 다양했다.

정유제품을 선적한 외국 선박을 남포항 수입터미널까지 들이는 직접운송 방식을 비롯해 석탄과 모래를 수출할 때에는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가 없어 추적이 힘든 바지선을 사용했다.

북한 선박이 중국 항구를 드나드는 장면도 유엔 회원국 위성에 포착됐고, 폐선박도 석탄 수출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이 아니다. 보고서는 자동식별장치을 끄는 방법을 비롯해 서류조작, 변칙항로, 정상적인 해상환적으로 가장하는 제3국 선박간의 공해상 환적 등을 꼽았다.

또한 보고서는 북한의 사이버해킹 능력에 주목했다. 북한의 사이버 해킹 및 가상화폐 기술이 날이 갈수록 정교해진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북한은 가상화폐를 지속해서 채굴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며 "정찰총국(RGB)과 군수공업부(MID)이 불법적으로 명목화폐 및 가상화폐 확보에 적극 나선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북한이 이란과 외교채널을 통해 금괴와 현금 밀수를 이어가고 있고, 콩고민주공화국의 금광 개발 개입, 미얀마·베네수엘라와의 군사협력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