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장개입은 "삼겹살 대신 다른 부위 고기 먹어라"와 같은 논리

단통법 논란이 뜨겁다. 단통법은 수백만 소비자들과 직접 맞닿는다는 점에서 정부의 시장개입 실패의 교과서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에서는 분리공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보완책으로 요금제 개편과 보조금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거래 후 리베이트로서 고객에게 음성적 보조금을 넣어주는 페이백이 휴대폰 판매점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미디어펜은 국민에게 단통법에 대해 바로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의 <단통법 제대로 이해하기> 전문을 향후 1주일간 8회에 걸쳐 게재한다.

[단통법 제대로 이해하기 1]-단통법 배경 및 규제당국의 논리는 허구

   
▲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미래창조과학부(이하미창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시행의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1. 기업의 “불법적 과당” 보조금(단말기지원금) 경쟁과 “강제”에 의해 한국은 스마트폰과 통신을 과소비하고 있다. 과소비의 근거는 (1) 한국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가장 짧고, (2) 고가요금제를 채택하고 고가요금제가 설정한 데이터양보다 적은 데이터사용 실적을 보이고 있고 (3) 가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나라에 비해 높다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2. 기업의 “불투명한” 보조금 경쟁으로 가격정보에 어두운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사야 하는 불공정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3. 이통사들이 이통사를 바꾸는 고객(이통사 이동)에 한해서 보조금을 주고 다른 경우 즉 이통사의 이동없이 기계를 바꾸는 고객에게는 지원금을 주지 않는 고객 “차별”을 하고 있다.

이 세가지를 근거로 정책당국자들은 한국의 단말기와 통신시장이 “시장실패”에 이르렀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 단통법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컨슈머워치의 삽화. 단통법 시행 후, 이통사들의 담합을 풍자하고 있다. 컨슈머워치는 소비자의 권익과 선택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로서, 단통법 폐지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단통법 폐지 서명은 http://consumerwatch.kr/를 통해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과 통신은 과소비인가

우선 경제학에서 “과소비”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재화든 소비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효용)가 가격(비용)보다 크기 때문에 구매와 소비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개인의 가치와 효용은 다른 사람들이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경제학 이론 상으로 정부가 국민의 소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데 개인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론에 없는 관치경제의 주장이다.

흔히 우리나라 통신비가 가계지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고 점증하니까 과소비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만약 이런 논리로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계지출에서 쌀, 소주, 삼겹살, 소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나라의 몇배가 넘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이 쌀밥 대신 빵을 먹고, 소주 대신 양주를 더 마시고, 삼겹살 대신 다른 부위의 고기를 먹도록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또한 우리의 통신비 비중이 높다면 다른 재화의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말과 같다.

따라서 가계비에서 통신비 비중이 높으니 과소비이고 가격을 인하하여야 한다면 역으로 비중이 낮은 재화는 소비도 늘리고 가격도 올려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따라서 가계지출의 비중이 과소비의 기준이거나 높은 가격이라는 기준은 적절하지 않다.

가계지출에서 통신비의 비중이 올라가고 있으며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짧기 때문에 과소비라는 판단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스마트폰의 혁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논리다.

통신비는 과거의 전화비와 크게 다르다. 스마트폰 이용에 따른 통신비는 식품비, 의류비, 문화비, 교통비, 교육비 등의 절감이나 효율성을 위한 종합투자로 보아야 한다.

가령 모르는 도시를 여행할 때, 택시를 탈 수도 있지만 걸어다니며 구글맵을 통해 길을 찾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Carhire.com/Airbnb과 같은 앱을 이용해서 해외를 넘나들며 숙박비 절감액이 연간통신비의 몇배가 넘는 통신요금 절감이 가능하다. 네비게이션, TV, Radio, Mp3 Player, 사진기, Notebook, 가정용 전화기 등의 소비를 대체하는 것이다.

   
▲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 제작, <단말기 보조금 규제>를 반대하는 배너 이미지.

PC가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 보자. 그 경우 아마 가장 유사한 것이 타자기였을 것이다. PC지출을 타자기 지출과 비교해서 가계부담이 월등히 높아졌다고 하면 이것이 타당한 비교일까? 지금 스마트폰과 구세대 전화기의 비교는 타자기와 PC의 비교보다도 더 거리가 먼 상품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통신비”라는 이름만 같을 뿐이다.

통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한국과 다른 나라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통신서비스의 가치가 한국과 비슷한 나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핸드폰은 무용지물이다. 통신기간망의 품질이 낮아 많은 인터넷서비스 활용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어떤 재화가 어떤 사회에서 많이 사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에서 쓸모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어디서나 고품격의 Wifi의 이용이 무료로 가능하고 품질 높은 한류 및 TV 컨텐츠가 DMB나 스마트폰앱으로 무료사용이 가능한 나라가 없다. 이러한 우리나라와 일본 등은 거리명주소가 확립되지 않아서 운전자의 네비게이터의 효용가치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이렇게 멀티미이어 컨텐츠와 네비게이터 등의 활용은 화질이 좋고 대형화면의 최첨단 스마트폰을 선호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통화량이 많을 자영업자, 대리운전, 택배기사 등의 비중이 높은 나라도 찾아보기 힘들다.

EBS를 통해 학생들이 입시준비를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공부를 해야 하는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들은 높은 Data 사양의 정액제 사용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사실 한국사회가 높은 사양의 스마트폰과 데이터요금제를 선호하는 것은 그간의 IT와 통신, 그리고 엔터테인먼트(한류) 산업의 성공의 결과로 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다.

높은 데이터요금제 하의 계약을 하고 다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소비라는 주장 또한 통신요금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잘못된 주장이다. 기본량이 적은 요금제를 선택한 후, 기본량을 넘기면 기본량이 높은 요금제보다 훨씬 더 높은 요금을 지불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예측불가능한 가계운영을 꺼린다는 점에서, 통신비 소비에서 불확실성을 기피하는 경향을 지닌다. 따라서 기본량을 다 소비 못하는 것이 비이성적인 소비라고 판단내리기 힘들다.

사실은 월 통신수요는 구매자 본인도 사전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확률적 속성을 갖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신자요금부담을 면제하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통신요금은 음성, 문자, 데이터사용이라는 여러 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사용은 자신은 물론 자신과 교류하는 다른 사람에 의해 수요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통신사의 서비스 중에서 문자가 가장 수익성이 높은 상품이었지만 이제는 카카오톡이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소비자에게는 동일한 기능이지만 이통사의 입장에서는 문자가 아닌 데이터상품으로 성격을 바꾸어 놓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