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해를 넘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최근까지에도 난항을 겪으면서 출구가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때 한미 간 잠정 타결안이 나왔다고 보도가 있었고, 한미 정상이 코로나19 대응에서 공조를 약속하면서 급물살을 탔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두가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신이 한국의 ‘13% 인상안’을 거절했다고 밝히는가 하면, 한국이 방위비를 더 많이 지불하는데 동의했다고 주장해 이를 청와대가 부인하는 일도 벌어졌다.
특히 한미 양측의 협상 대표단이 마련한 잠정 합의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뒤집은 것과 관련해서는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을 떠올리게 했다. 이제 어느 한쪽의 극적인 양보만 필요할 뿐 실무진의 협상으로 해결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부터 적용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이 체결되지 않으면서 이미 지난 4월1일부터 주한미군 한국인근로자 4000여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국은 많은 돈을 내는 데 동의했다. 그들은 내가 취임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이 SMA를 의미하는 것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오류가 있는 주장을 반복해 설파하는 거래의 기술을 적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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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2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친교만찬을 하고 있다./청와대 |
이번 방위비 협상은 당초 미국이 지난해 한국의 분담금인 1조389억원의 5배에 달하는 50억달러를 요구하면서 충격 속에 시작됐다. 이후 미국은 한 차례 수정을 거쳐 40억달러 안팎의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4월1일 주한미군 한국인근로자의 무급휴직 시작이 임박한 시점에 한미 협상대표단은 우리정부의 ‘13% 인상 및 5년 적용’안에 합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합의안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이에서도 합의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더 많은 돈을 내는데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30일 “(한미 간) 합의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모든 것이 합의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합의되지 않은 것이라는 게 협상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하고, “협상이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더 이상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이를 볼 때 SMA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13% 인상’이라는 잠정안에 최종 승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부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8일 “특별한 사항이 없다”며 추가 설명에 난색을 보였다.
이제 무급휴직 중인 주한미군 한국인근로자에게 생계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특별법도 국회를 통과하면서 협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무급휴직 중인 4000여명에게 고용보험법에 따른 구직급여 수준의 월 평균 180만~198만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다.
최근에도 미 국무부는 2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상당한 유연성을 보였다”며 “우리의 오래된 관점은 한국이 공평한 몫을 더 기여할 수 있고 더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는 잠정 합의안 타결 무산 이후에도 유선 등을 통해 소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뚜렷한 협상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문 대통령이 독자적인 납북협력에 드라이브를 건 상황에서 청와대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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