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성 원칙과 차별금지로 가격 인상 불가피...중고폰만 쓰라는 것과 같아

단통법 논란이 뜨겁다. 단통법은 수백만 소비자들과 직접 맞닿는다는 점에서 정부의 시장개입 실패의 교과서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에서는 분리공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보완책으로 요금제 개편과 보조금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거래 후 리베이트로서 고객에게 음성적 보조금을 넣어주는 페이백이 휴대폰 판매점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미디어펜은 국민에게 단통법에 대해 바로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의 <단통법 제대로 이해하기> 전문을 향후 1주일간 8회에 걸쳐 게재한다.

[단통법 제대로 이해하기 4]-단통법은 무엇이며 왜 실패할 수밖에 없을까

   
▲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미창부가 제시하는 단통법의 목적은 규제당국이 인식하고 있는 문제점을 모두 개선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입법목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 지원금이 투명하게 공시되어 이용자들은 차별없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가격공시제도)

B. 요금제에 따른 차별을 없게 하기 위해 고가요금제에 주는 지원금을 요금제에 비례해서 저가요금제에도 주도록 한다 (비례성 원칙)

C. 이통사의 번호이동이 아닌 재계약(기기변경이나 단순계약 갱신)에도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 (차별금지의 원칙)

이 규제의 효과들을 자세히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가격공시제도는 단말기 가격경쟁을 원천봉쇄한다

이통사들은 단말기 지원금을 주간 단위로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대리점.판매점은 영업장에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주간단위 공개 고정가격제도”이다. 이 법은 이통사가 정한 단말기 보조금의 15% 내에서 판매점/대리점이 자체적으로 공시하게 하여 마치 가격경쟁을 허용한 것처럼 하고 있다.

   
▲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앞 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단통법 대폭 보완 및 단말기 가격 거품 제거, 통신비 획기적 인하 촉구’ 공동기자회견.

기업이 가격을 인하하는 행위는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이다. 하나는 물론 가격경쟁을 통해 고객확보를 하려는 이유이거나 재고를 시급히 처리할 필요가 있을 경우이다.

그런데 현행법 식으로 가격할인을 주간 단위로 사전공시를 강제화하면 한 회사가 가격을 내려서 공시할 경우 그 가격을 사전에 알게 된 경쟁사 또한 그에 상응하거나 그보다 내려서 대응하여야만 한다. 그러면 가격을 내리려는 회사는 가격만 내리고 고객을 확보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쟁사들은 가격할인을 하지 않고 묵시적으로 동일한 가격으로 담합 아닌 담합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흉내만 낸 최소한의 단말기 할인금액이 차이 없이 나타나는 이유이다.

현재의 법은 결국 통신기기와 서비스요금을 하나의 가격으로 고정하는 고정가격제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게임이론의 기초만 이해해도 충분하게 예상되었던 결과이다.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면 포커게임이나 고스톱판에서 게임참여자들에게 판돈을 배팅을 하기 전에 패를 까보여야 한다는 새로운 규칙을 더한 꼴이다. 이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구도 상대의 패를 다 보고 나서 판돈을 올려서 배팅을 하지 않을 것이다. 즉 가격인하 경쟁을 멈추게 된다. 이를 피하려면 단연 패를 숨기고 게임을 하게 하여야 하고 이 경우 Dynamic 가격전략으로 인하여 단일가격은 존재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가격경쟁과 단일가격제도는 양립할 수 없다.

비례성 원칙과 차별금지로 인하여 단말기 가격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현재 단통법 시행 이후에 단말기 보조금이 대폭 축소된 이유는 사실은 이 두가지 규제의 효과가 더욱 크다. 이전에 이통사들은 단말기 지원금을 번호이동하는 고객(경쟁사로부터 고객을 유치하기 때문에) 그리고 고사양의 단말기와 고가요금제를 쓰는 고객에게 집중적으로 지원금을 주었다. 그 비중은 앞서 파레토법칙에서 말하는 20-25%의 고객에 해당한다.

그런데 단통법은 저가요금제를 채택하던, 중고기계를 갖고 계약을 하든 지원금을 다 지급하게 되어 있다. 즉 지원금을 받을 고객이 거의 약정계약을 하는 모든 고객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 규제의 효과를 예시하기 위해 단순한 계산을 해보자. 단통법 이전에 100명의 고객 중에 상위 20명의 고객에게 40만원의 지원금을 주었다고 가정하고 이를 100명에게 다 주게 되면 이통사들이 동일한 지원금 총액을 쓴다고 가정하면 단통법 이후에는 일인당 8만원씩 지원금을 쓸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단통법은 단말기가격을 대폭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 단통법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컨슈머워치의 삽화. 단통법 시행 후, 이통사들의 담합을 풍자하고 있다.

단통법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 정확하게 이와 부합한다.

단통법 이전에 알려진 평균 보조금 42만원에서 단통법 시행 이후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최고 사양의 전화기에 지원금은 10-15만원으로 공시되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의 경우 한국의 출고가는 95만7천원, 미국의 출고가는 95만4천원으로 차이가 없지만 지원금의 차이로 인해 2년약정의 경우 한국의 소비자들은 79만6천원, 미국의 소비자들은 32만원에 구매한다. 즉 미국의 소비자에 비해 2.5배의 높은 가격에 구매하여야 하고 단통법 시행 이전의 기대평균가격 53만4천원에 비해 50% 정도 비싸게 구매하여야 한다.

최신 애플의 iPhone 6 plus의 2년 약정의 경우 일본에서는 공짜로 구입할 수 있고, 월 $27불의 요금제로 2년약정을 하면 미국에서는 애플의 정가는 $750 (16GB), $850 (64GB), $950 (128GB)인데 반해 약정으로 구입하는 실제가격은 위의 사양에 따라 각각 $299, $399, $499이다. 달러당 1050원 환율을 적용할 경우 즉 31만5천원, 42만원, 52만5천원이 된다. 이 제품이 국산 최고급 사양과 유사한 지원금이 제공될 경우 국내소비자는 터무니없는 8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신제품 단말기 거래시장은 실종에 가까운 위축이 불가피하며 한국소비자는 중고폰만 쓰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단통법 이후 가입자 통계를 보면 9월에 비해 10월 1-2주차의 신규가입의 거래는 각각 57.9%, 46.2%의 감소를 보여주고 있다. 중고폰 거래는 9월과 비교해서 10월 1주차는 63.4%, 2주차에는 122.2% 중가하고 있다. 즉 한국소비자들에게는 신형단말기는 그림의 떡이고 구형단말기만 사용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통사 간의 시장점유율은 고착화되고 있고 경쟁은 사라지고 있다

계약현황 통계를 보면 이통사 간에 고객이동을 뜻하는 번호이동이 9월대비 10월1, 2주차에 46.8%, 18.7% 각각 급감하고 있고 대신 같은 이통사에서 (중고폰으로) 계약을 갱신하는 기기번경은 각각29.7%, 55.2% 급증하고 있다. 이전보다 이통사들 사이의 고객이동이 현저하게 줄고 있다는 것으로 시장점유율의 고착화 내지는 편중이 가중되는 것을 뜻한다.

즉 시장의 경쟁을 통해 요금경쟁에 돌입하게 만들겠다는 규제당국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이통사간의 고객점유율 고착화 내지는 편중강화의 결과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서 설명한 가격경쟁의 봉쇄와 고객쟁탈을 위한 판촉이 아닌 일반계약에도 동일한 지원금을 지급하게 하는 소위 차별금지의 원칙에 따라 당연히 예상되었던 결과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