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북한에 ‘인간안보’에 협력하고 연대하자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 성과에 힘입어 남북 간 보건‧의료협력은 물론 아직도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기타 감염병과 환경 문제까지 남북이 함께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인간안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사용해 생명공동체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현 시점에서 북한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낄 것 같으면서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비껴갈 수 있는 이슈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미 간, 남북 간 대화 주제는 비핵화라는 전통적인 안보 이슈가 주였다. 하지만 비전통 안보 이슈인 ‘인간안보’ 즉, 보건‧의료 분야로 전환시킨다면 대화의 문을 다시 여는데 부담이 덜할 것이다.
또 보건‧의료협력을 장기적인 사업으로 진행시킬 경우 기존의 군사안보 대화가 막히더라도 남북협력을 유지해나갈 동력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인간안보는 인도주의적인 영역이므로 추후 사업을 진전시키면서 제재 예외 인정을 요청하기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마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하고 최고인민회의에서 보건 부문 예산을 늘리는 등 보건‧의료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도 남한의 보건‧의료협력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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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청와대 |
앞서 남한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추진했던 대북 쌀 지원도 끝내 무산됐다. 당시 북한의 이런 태도에 대해 북미협상에 당국의 장래를 걸고 있는 북한이 소소한 남북경협 정도에 한눈을 팔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리고 이런 북한의 입장은 최소한 미국의 오는 11월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에 문 대통령의 특별연설에서 남북관계는 단 한 문장으로 언급됐고, 그 내용은 “남과 북도 질병과 환경에 대한 국제협력인 ‘인간안보’에 협력해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이다.
남북 코로나19 대응 협력은 통일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0 남북관계발전 시행계획’에도 포함됐으며, 이후 몇일 뒤인 4월27일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은 날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보회의를 주재하면서 “코로나19가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남북 생명공동체를 처음 제안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언급하며 “남북 생명공동체는 평화공동체로 나아가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문가들이 예고한 코로나 2차 팬데믹을 언급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남북 방역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제 북미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나가야 한다”며 지난 신년사 등을 통해 밝혔던 남북 철도연결사업, 개별관광 등 대북 제안은 모두 유효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북한은 다음날인 11일 아무런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다. 대신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이날 ‘불순한 속내가 깔린 신북방정책’이라는 제목의 시사해설에서 “간판 바꾸고 미사여구로 도배질한다고 해서 사대 매국적 성격과 대결적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 공식적인 제안을 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리기 이르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어떤 실무회담 제의를 하는지에 따라 북한의 호응 여부도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대화가 재개되려면 통일부에서 나올 실무회담 제의 내용이나 형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김연철 통일부장관도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여러 제약이나 조건을 고려할 때 남북 간 실무 차원에서 서로를 만족시키는 대화의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한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남북 정상간 신뢰는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적인 차원에서의 우선순위의 차이는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금 남북 간에는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으면서도, 북한이 거부하기 어렵고, 대화 동력을 유지시켜줄 그야말로 절묘한 의제가 필요해졌다.
문 대통령의 71% 지지율과 21대 슈퍼여당의 출현으로 시작하는 문재인정부의 남은 2년은 독자적인 남북협력의 시작과 북미 비핵화협상을 견인하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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