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동기 대비 5조원 가량 급락…재고평가손실·코로나19 등 영향
저유가, 생산업체 도산 야기…OSP 하락·글로벌 정유설비 증설 연기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내 정유 4사의 올 1분기 적자 총합이 4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하반기부터는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항공유·휘발유 등 제품수요 급감, 부진한 정제마진, 환차손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올 1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1.29달러로, 손익분기점(BEP) 대비 3달러 가량 낮은 수준으로 형성됐다.

GS칼텍스는 올 1분기 매출 7조715억원, 영업손실 1조31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1% 하락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이 중 정유부문이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의 영향으로 1조11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매출 11조1630억원, 영업손실 1조7752억원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은 12.6% 감소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2조원 이상 줄면서 적자전환했다. 이 가운데 1조6360억원이 석유사업에서 발생했다. 

에쓰오일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5조1984억원, 1조73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19.7%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정유부문의 적자는 1조1900억원으로, 항공유·휘발유 등 제품 수요 하락의 영향을 받았다.

현대오일뱅크는 매출 4조4166억원, 영업손실 56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4.1% 하락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RUC 전경·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사진=각 사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등이 포함된 OPEC+가 5~6월 일일 평균 970만배럴 감산에 합의한 데 이어 사우디가 추가로 100만배럴을 줄이기로 하면서 국제유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산유국 경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저유가를 견디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사우디의 경우 탈석유를 골자로 하는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국제유가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동산 원유에 대해 추가로 지불하는 비용(OSP) 약세도 호재로 꼽힌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0년 1분기 OSP 평균치는 3.4달러 할증이었으나, 2~3분기 평균 2~4달러 할인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 이를 4월 -3.1달러에서 5월 -7.3달러까지 내렸다. 아시아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으로 등극하는 등 중동산 원유 수입량 및 비중 축소를 우려되는 상황을 고려한 셈이다.

업계는 OSP가 배럴당 1달러 낮아지면 국내 정유사들이 9000억원 상당의 이득을 본다는 점에서 원가 절감에 따른 수익성 향상을 노리고 있다.

황 애널리스트는 "올해 글로벌 정유설비 가동률은 76.2%까지 떨어졌으며, 이는 최근 30년간 최저치"라면서 "2019~2020년 정제마진 급락은 신규 증설계획 연기로 이어지는 등 글로벌 정유업체에 자성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2021년 정제마진은 'V자형' 회복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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