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절감 효과는 탁상행정...시장 파괴와 침체만 불러
단통법 논란이 뜨겁다. 단통법은 수백만 소비자들과 직접 맞닿는다는 점에서 정부의 시장개입 실패의 교과서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에서는 분리공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보완책으로 요금제 개편과 보조금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거래 후 리베이트로서 고객에게 음성적 보조금을 넣어주는 페이백이 휴대폰 판매점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미디어펜은 국민에게 단통법에 대해 바로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의 <단통법 제대로 이해하기> 전문을 향후 1주일간 8회에 걸쳐 게재한다.

[단통법 제대로 이해하기 5]-미창부가 주장하는 단통법의 긍정적 효과는 사실일까?

   
▲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미창부가 제시하는 단통법의 목적은 규제당국이 인식하고 있는 문제점을 모두 개선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입법목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 지원금이 투명하게 공시되어 이용자들은 차별없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가격공시제도)

B. 요금제에 따른 차별을 없게 하기 위해 고가요금제에 주는 지원금을 요금제에 비례해서 저가요금제에도 주도록 한다 (비례성 원칙)

C. 이통사의 번호이동이 아닌 재계약(기기변경이나 단순계약 갱신)에도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 (차별금지의 원칙)

이러한 목적으로 미창부는 단통법을 시작했다. 하지만 미창부가 단통법 이후 이동통신 업계에 나타난 변화에 대해 긍정적 효과라고 선전하는 것들은 경제학 이론이나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들이다.

단말기 교체주기 연장은 소비자후생과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비정상화

통신소비가 외국과 같아야 한다는 주장이 왜 부당한지는 이미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짧은 주기는 비정상이고 외국의 느린 주기는 정상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새 기계를 소비하지 못하고 중고기계를 쓰는 것이 소비자에게 긍정적이고 경제에 긍정적인 현상이라면, 중고기계나 새기계나 같은 상품으로 같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가정 하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고객이 신형단말기를 선호하는 것은 그것이 같은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단말기들은 이전 버전에 비해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가 많이 추가되고 있어서 이에 따라 많은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준다. 예를 들어 최신 단말기들은 각종 새로운 센서와 Wearable device와의 연동성, Apple-Pay와 같은 새로운 간단한 지불수단 등의 추가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

   
▲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컨슈머워치의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위한 소비자 1만명 서명운동'에서 시민들이 단통법 폐지에 찬성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상품의 소비에서 창출되는 가치(편익)는 고려하지 않고 비용만 생각해서 소비자들에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은 우리나라 주거비용이 높고 교육비 지출이 높으니 온 국민이 산동네 다세대 주택에 살고, 초등학교 교육만 받도록 하면 바람직하다는 주장과 동일한 경제정책당국으로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는 편형적 억지주장이다.

중고기계 사용의 연장은 보증수리 기간의 만료에 의한 사용 중 유지보수 비용의 증가, 고장으로 인한 서비스 중단과 불편비용 등의 추가적인 보이지 않는 비용의 증가가 따른다.

저가요금제 비중 확대가 통신비 절감을 가져온다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

미창부는 45미만의 저가요금제 가입비중이 46.7%로 9월평균(31.0%)에 비해 크게 증가했으며, 85이상의 고가요금제 가입비중이 27.1%에서 8.9%로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통신비 경감에 기여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주장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저가요금제 가입이 실제 통신비 지출을 낮춘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낮은 요금제를 가입했어도 요금제가 정한 사용량을 초과하면 높은 요금제를 선택한 것보다 실제 통신비가 더 높게 나올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가입계약이 기준이 아니라 실제 지출한 통신비를 기준으로 비교를 해야 실제 통신비 지출이 감소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 단통법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컨슈머워치의 삽화. 단통법 시행 후, 이통사들의 담합을 풍자하고 있다. 

단통법 이전에 높은 단말기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가요금제를 선택하는 계약을 요하는 경우에도 고객들은 계약의 3개월을 경과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요금제변경을 선택할 수 있었다. 따라서 가입시점의 요금제와 약정기간의 요금제는 언제나 변동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입시점의 요금제 변화를 갖고 통신비 절감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위의 경우 50만원의 단말기보조금을 받기 위해 자신에게 최적인 요금제가 6만원인데 8만원요금제를 가입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3개월 추가적인 요금부담은 6만원이지만 단말기가격에서 50만원 이익이 생겨서 이 고객은 44만원 통신비 절감효과를 누린 것이다. 따라서 통신비절감을 계산하려면 가계총지출(단말기+ 실질요금지출)로 비교해야 한다.

통신 및 단말기 산업의 파괴 내지는 침체를 불러오는 단통법

경제정책당국은 정책의 정당성을 판단하려면 경제참여자의 후생 전체의 후생의 합을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한다. 단통법은 극단적으로 거래의 위축으로 인해 판매점/대리점을 경영위기로 몰아넣고 있으며, 제조사에게도 시장의 위축을 가져왔다. 또한 새로운 단말기의 성능을 이용한 새로운 혁신기업의 기회도 앗아가고 있다. 창조경제를 주도할 미창부의 역할과도 배치되는 역효과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