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을 맞아 발표한 특별연설에서, ‘K-방역’으로 세계를 선도했듯이, 다가오는 디지털경제를 선도해 경제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방역에서도, 경제에서도, 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세계 경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틈을 이용, 디지털경제를 전기로 삼아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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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 디지털경제 핵심은 혁신...“규제개혁 없이 한 발도 못나가”
문 대통령의 말처럼, 기존의 ‘세계화 속 글로벌 분업질서’가 위협받고 있으며, 디지털경제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부산연구원 오재환 박사는 코로나19 이후 핵심 이슈로 디지털경제로의 전환, 비대면(언텍트) 온라인 소비, 세계화의 위기와 ‘지역화’ 강화, 인공지능(AI)과 5G 등 ‘4차 산업혁명’ 가시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꼽았다.
경기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비대면 비즈니스와 온라인서비스 가속화로 디지털경제가 촉진되고, 글로벌 가치사슬보다 자국 가치사슬을 강화해 안정적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는 ‘탈세계화’ 가속화를 전망했다.
우리 정부도 발 빠른 선제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디지털 신경제로의 전환에 발맞춰, 우리의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가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 당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이제까지의 ‘추종형’이 아닌 ‘선도형’ 경제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판 뉴딜’을 본격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및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포스트 코로나시대’ 유망산업은 바이오.헬스, 원격교육과 비대면 오피스, AI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등과 비교할 때, 이들 신산업에서의 한국의 경쟁력은 60% 내외라고 평가됐다.
특히 조사대상자들은 기초.원천기술 부족(34.7%)과 함께 정부규제(19.5%)를 문제로 꼽으면서, 향후 과제로 규제개선(31.9%)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이어 기초기술 연구개발 지원(23.6%), 전문인력 양성(12.5%), 기업 간 협업 지원(11.1%), 기존 산업.이해관계자와의 갈등 조정(11.1%), 금융.조세지원 확대(7.0%) 등 순이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구경제 택시업계 보호를 위해 신경제의 심볼이던 ‘타다’를 죽이고, 원격의료를 한사코 막으며, 문 대통령의 공인인증서 폐지 약속조차 시도 못해서는, 디지털 신경제는 요원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업인 출신 윤영찬 당선인도 “디지털경제의 핵심은 ‘혁신’이며, 혁신의 장애물인 규제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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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단지 [사진=연합뉴스] |
◇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 따른 기회, 유턴기업 잡아라
코로나19에 따른 변화로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지점은 비대면.디지털 뿐만 아니라, 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가치사슬의 ‘붕괴’도 빼놓을 수 없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그 동안 미국 등 선진국이 설계하고 중국과 한국 등 신흥국이 제조하며 최적의 생산 우위로 구축된, 글로벌 가치사슬의 파열과 재조합이 예상된다.
사실 거대한 변화의 흐름은 코로나19 창궐 이전에 이미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분쟁도 기존 가치사슬을 재편, 상실된 자국의 제조업 기반을 되돌리려는 ‘리쇼어링’ 정책 수단의 일부다. 코로나19는 무역분쟁 심화와 글로벌 가치사슬 해체의 명분을 더해준 셈이다.
신한금융투자 박석중 연구원은 “특히 수출 위주의 제조업 기지를 구축한 한국은 글로벌 가치사슬 파열의 ‘타격이 가장 큰 국가’로 분류될 수 있다”면서 “단기간 내 정책변화는 심화될 전망이고,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도, 정부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한다.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 첨단산업과 투자유치로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으로 대한민국을 변모시키겠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대체할 새 공급기지로, 한국과 일본을 주목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러려면, 우리가 먼저 글로벌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돼야 한다. 자칫 글로벌 첨단산업은 고사하고, 해외로 나갔던 우리 기업조차 유턴 대신 다른 나라를 택할 수 있다.
과감한 기업유인책과 ‘친기업적 정책기조’가 요구되는 이유다.
김군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가 첨단산업의 글로벌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투자유치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첨단공장, 연구개발(R&D)센터, 데이터센터 등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국내 유턴기업제도 및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강성 노동조합과의 거리두기’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해고 금지’부터 내걸었다. 또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을 전 국민 고용보험 구축의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한다.
물론 산업은행 등이 국민 부담이 수반되는 기업 자금지원의 대가로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것은 타당한 측면도 있으나, 해고 금지와 사내유보금 헌납을 요구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에게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실 노조의 기본 논리는 대량생산, 대기업, 중후장대(重厚壯大) 기간산업이 주도하던 구경제 시대에 생성된 것으로, 비대면 디지털 신경제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디지털경제 하에서는 비대면.온라인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
특히 디지털경제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온라인 플랫폼과 여기에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자들, 구매하는 소비자들, 그리고 플랫폼 산하 노동자들을 아우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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