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20대 국회가 8800여건의 법안을 처리한 가운데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린다.
유독 오랜 기간 진통을 겪던 경제 관련 법안들을 처리시켰던 20대 국회에선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인터넷전문은행법 등이 통과됐으며, 고용보험법은 마지막 문턱만을 남겨두고 있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20대 국회의 법안 통과율은 36%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다만 경제 분야에 있어선 유의미한 법안들이 다수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DLF사태·라임 사태 터지며 9년만에 빛 본 금소법
금소법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지 9년만에 통과됐다. 2011년 발의된 이후 금소법은 총 14개의제정안이 발의됐으나 기한 만료로 9건이 폐기되는 등 지난 9년간 빛을 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연계펀드(DLF) 사태와 라임사태 등 대규모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금소법 통과 힘이 붙게 됐다.
금소법은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해 적용되던 '6대 판매규제'가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6대 원칙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이다. 이 6대 판매규제를 위반하면 강한 제재가 부과된다.
불완전 판매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사후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다수 도입된다. 금융소비자가 금융거래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필요한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법적근거도 마련된다.
국회 문턱을 넘은 금소법에선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라는 핵심 쟁점은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업계에선 금소법 시행에 따른 고강도 규제를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내용 자체가 법제화되는 만큼 부담이 커진다는 입장이다.
특히 5년 이내 '위법 계약 해지 요구권' 도입은 금융사들이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를 갖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는 취지는 좋지만 너무 과도한 정책으로 인해 금융업계 자체가 프레임에 얽매여 제대로 된 활동을 못할 수 있다"며 "금융사들이 이와 같은 염려를 하지 않고 영업을 할 수 있게끔 합리적인 선에서 조절·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찬반 토론만 30분, 논란 속 가결된 인터넷은행법
막판까지 찬반토론이 치열했던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도 20대 국회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 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을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에서 ‘불공정거래 행위’ 전력으로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 통과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가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최대주주 요건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법안은 올 초 한차례 국회 문턱 앞에서 좌절을 겪었지만, 재상정 끝에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 당일까지 해당 개정안은 찬반토론만 30분을 넘게 이어가며 법안 반대파 의원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이 목표로 하는 케이뱅크는 박근혜 정부 금융관료들이 각종 꼼수와 편법을 통해 완성한 인터넷전문은행"이라며 "왜 우리 20대 국회가 박근혜 정부의 금융 관료들이 벌인 일을 수습하기 위해 금융산업의 안전장치를 훼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은 인터넷은행법에 대해 혁신 ICT기업의 인터넷은행 진출 확대와 산업 활성화의 발판이 돼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단 전망도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통과를 통해 혁신적인 ICT기업의 참여를 촉진될 수 있는 발판이 생긴 셈"이라며 "개정안 통과로 비금융주력자의 참여도 활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처리 약속된 고용보험법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선 예술인 등의 고용보험혜택을 보장할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여야는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개막할 수 있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처리를 이미 약속한 상황이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고용보험료를 낸 예술인에게 실업급여 혜택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에선 예술인을 ‘문화예술 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고용보험료는 사업주와 피보험자인 예술인이 절반씩 부담한다.
고용보험 신고 의무와 보험요율 등은 시행령에 담긴다.
정부가 예술인과 함께 고용보험 대상으로 포함시키려 했던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논의는 21대 국회로 넘어간다.
특고 노동자의 범위가 너무 넓어 마지막 본회의에서 다루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는 고용보험 확대에 따른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주가 없는 노동자의 경우 스스로 실업을 선택하는 모럴헤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각종 부작용에 대한 보완점 등 충분한 논의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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